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Le Parisien)은 최근 충격적인 내부 고발 사례를 보도하며 한국의 신흥 종교단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유럽 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활동의 실체를 공개했다.
해당 보도는 단순한 종교 포교를 넘어서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심리적 학대를 일삼는 폐쇄적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유럽 사회는 물론 한국 내 여론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르파리지앵이 소개한 사례는 올해 26세가 된 프랑스 여성 ‘사브리나’(가명)의 이야기다. 2019년 파리 지하철 플랫폼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은 이 젊은 여성의 삶 전체를 뒤흔들었다.
처음에는 ‘믿음에 관한 퀴즈’로 시작된 접근은 곧 성경 공부라는 명분으로 이어졌고, 이후 사브리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천지’라는 교단의 일원으로 흡수됐다. 그녀는 당시 “ECA 아카데미”라는 가명 기관을 통해 공부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은 교묘히 위장된 신천지의 해외 포교 전략 중 하나였다.
사브리나는 자신이 ‘임박한 종말에서 구원받은 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점차 정체성과 자유의식을 상실해 갔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나를 한국식 이름으로 부르며, 내가 선택받은 사람이라 말했다”고 회상한 그녀는, 처음에는 의심이 들었지만 교리에 빠질수록 ‘이단’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무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단체의 본질은 점점 폭력적으로 드러났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요구되는 것은 신앙을 가장한 복종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훈련 캠프’라는 명분으로 이뤄졌다는 일종의 구금형 합숙 생활이었다. 사브리나는 30명이 한 방에서 지내며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통제된 일정 속에서 생활했다고 털어놨다. 화장실 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정에 야외 팔굽혀펴기를 강요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남자 친구와의 관계 단절, 인터넷 검열, 가족과의 단절, 반복되는 금전 요구 등이 일상처럼 진행됐다. 이들은 심지어 매달 수입의 10%를 십일조로 내게 했고, 한국에 사원을 짓는다는 이유로 800유로(한화 약 130만 원)를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같은 증언은 단순히 한 여성의 고통담을 넘어선다. 프랑스 정부가 운영 중인 ‘이단 종교 퇴치 부처 간 합동위원회’는 2022년 이후 총 1550건에 이르는 이단 종교 관련 신고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이 중 신천지와 관련된 건수도 50건에 달한다.
특히 신천지는 프랑스에 진출한 지 9년 만에 1200여 명의 신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의 일부 종교단체가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포교 및 내부 통제 방식이 “신흥 사이비 종교”로 분류될 수 있는 수준이라 평가했다.
프랑스 사회는 오래전부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극단적 종교활동이 공공질서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법적 전통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신천지’가 유럽 내 종교적 자유를 악용한 대표 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적인 점은, 한국 정부와 사회 전반이 이러한 국제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거리두기나 예방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신천지가 이단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해외에서는 한류와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을 발판 삼아 위장 포교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 학원, 문화 교류 모임, 한국 드라마 동호회 등이 신천지 포교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해외 신고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결국 이는 단순히 한 종교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외교적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것이 특정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심지어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면 이는 국제사회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신천지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한국 내에서 집단감염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되며 이미 한 차례 국내외에 국가적 망신을 안긴 전례가 있다.
당시 정부의 방역 협조 요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질타를 받았고, 이는 한국의 방역 이미지와 보건 외교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유럽 사회에서 신천지로 인한 인권 문제와 종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 전체가 되돌아봐야 할 심각한 현실이다.
이번 르파리지앵 보도에 대해 신천지 측은 “어떠한 신체적, 심리적 제재도 허용하지 않으며, 캠프는 단순한 영적 훈련의 일환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또한 “교회 탈퇴는 언제든 가능하며, 십일조나 헌금도 개인의 자유에 따라 이뤄진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내부자들의 증언과 유럽 당국의 조사 결과는 그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준다. 정당한 해명이라기보다는, 조직 보존을 위한 방어 논리에 가까운 셈이다.
한국 사회는 이와 같은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단지 종교의 자유라는 이유로, 타국에서 인권침해를 일삼는 단체의 활동을 묵인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에 반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종교 문제에 대한 논평이나 사회적 여론전이 아니라, 신천지와 같은 단체들의 국제적 포교 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다.
국가 이미지는 수십 년간 공들여 쌓아 올린 문화, 기술, 경제의 총체적 결실이다. 그 이미지를 훼손하는 단 하나의 요인은 외교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신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천지는 지금, 그런 국가적 신뢰를 조금씩 허물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종교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 자유가 타국의 질서와 시민권을 해치는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기본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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