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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시진핑을 살려냈다.. ..시진핑이 얻은 뜻밖의 정치 선물

-세계 질서를 흔드는 무역 전쟁, 중국 내에서는 ‘애국 프레임’으로 전환
-리더십 위기 속 시진핑, 외적 위협을 기회로 바꾸다
-흔들리던 권력, 트럼프의 채찍 아래 다시 단단해지다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4/08 [13:48]

트럼프가 시진핑을 살려냈다.. ..시진핑이 얻은 뜻밖의 정치 선물

-세계 질서를 흔드는 무역 전쟁, 중국 내에서는 ‘애국 프레임’으로 전환
-리더십 위기 속 시진핑, 외적 위협을 기회로 바꾸다
-흔들리던 권력, 트럼프의 채찍 아래 다시 단단해지다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4/08 [13:48]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들어 다시금 가속화하고 있는 관세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선언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지켜내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관세 폭탄'은 자유무역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더욱 흥미롭고 복합적인 국제정치적 반응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중국 내부의 정치 지형을 살펴볼 때, 트럼프의 이러한 공격적 조치는 뜻밖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기 탈출의 구명줄을 던져준 형국이 되고 있다.

 

외부의 경제적 위협이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흩어졌던 정치적 결속을 다시금 하나로 묶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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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과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진핑에게 있어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일종의 외적 위기이자, 동시에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흔들려다 오히려 시진핑 정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극심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는 급격한 성장 둔화를 겪었으며, 특히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전국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야기했다.

 

2023년 헝다 사태 이후 이어진 지방 정부의 채무 위기와 청년 실업률 급증은 '공동부유'를 내세웠던 시진핑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켰다.

 

여기에 리창 총리를 필두로 한 경제 실무파는 개혁개방 기조 복원을 주장하며 점차 시진핑의 권력 집중에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당내 파벌 간 긴장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심각한 분열 조짐을 드러냈다.

 

특히 2024년 하반기부터는 홍콩과 신장 문제에 이어 타이완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재점화되며, 국내외적으로 시진핑의 지도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정권의 내부 불안은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었고, 당의 중심을 되살릴 수 있는 정치적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금 관세 공세를 강화하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는 과정에서 강력한 경제 민족주의와 반중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관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21세기판 무역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미국의 조치는 단순한 협상의 도구가 아니라 사실상 경제적 전면전에 가까운 강경책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의 조치를 "중국 경제 주권에 대한 도발이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공식적 대응은 단지 미국을 향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중국 국민과 공산당 내부를 향한 강력한 '결집 신호'로 해석되었다. 외부의 위협이 내부의 분열을 봉합하는 고전적 정치 전략이 다시금 작동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상호관세 조치가 발표된 직후, 일각에서 '90일 유예설'이 번지며 뉴욕증시는 하루 만에 3,500조원 규모의 시가총액 변동을 겪었고, 글로벌 시장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이를 부인하며 "유예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재무장관과 상무장관 역시 "이번 조치는 철회될 수 없는 전략적 대응"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불확실성과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트럼프의 접근법은 미국 내부적으로도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테드 크루즈 의원을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이 같은 경제적 충격은 결국 정치적 피바람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고,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역시 "이는 스스로 자초한 경제적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오히려 중국에는 숨통을 틔우는 반작용을 낳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조치를 단순한 경제 압박이 아닌, '국가 주권에 대한 침탈'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민족주의 담론으로 치환하며 국민 감정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관영 매체와 SNS, 공산당 기관지들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수모'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시진핑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고 있다.

 

시진핑은 이를 기회 삼아 "강대한 중국의 부흥"이라는 슬로건을 재부각시키며, 자신이야말로 외적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리더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간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도 점차 비판의 목소리를 줄이고,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체제 수호에 동조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금은 비판보다 단결이 필요하다'는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시진핑은 자신에게 불리했던 당내 여론을 다시금 재편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시간 벌기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내부 개혁을 요구하던 실무파들은 미국과의 대결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으며, 민중은 경제적 고통보다는 '국가의 자존'이라는 감정적 프레임에 반응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를 활용해 내부 정적을 제압하고, 다시금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동시에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압박에서 비롯되었다는 서사를 만들어냄으로써,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할 수 있는 명분도 확보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의도한 '중국 흔들기'는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진핑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있으며, 그 효과는 공산당 내부의 구조까지 잠정적으로 재편하는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의 관세 공세를 단지 외교적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인 내부 통제 수단으로 전환시키는 고도의 정치적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외부에서 휘두른 채찍이, 중국 내부에서는 오히려 통합과 결집을 이끄는 '역설의 선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인민일보는 "국가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하나 되어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했고, 전국적 차원에서 '애국 소비 캠페인'과 '자국산 사용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선전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진핑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연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그가 의도한 세계 시장 장악력의 재강화나 중국의 경제적 고립보다, 중국 내부의 정치 구조에 중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시진핑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라는 외환을 활용해, 내부의 권력 균열을 봉합하고 민족주의를 고조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관세 폭탄은 단지 무역의 도구가 아니라, 중국 내부의 정치적 재결집을 유도하는 외교적 지렛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무역 전쟁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충돌이 아니라, 지도자의 생존을 건 전쟁이며, 동시에 한 국가가 어떻게 외적 위협을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의 강경책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진핑에게는 정치적 햇살을 비춰주는 구름 속 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중국은 시진핑과 함께 다시금 결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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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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