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와 윤석열이 다음 대통령에게 주는 교훈“국민은 말을 지킨 자보다, 상황을 읽은 자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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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키아벨리와 윤석열 |
마키아벨리는 리더가 신의나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통치의 효과성’이라고 보았다. 세상이 변하고 민심이 흘러가며 외부 환경이 급변할 때, 지도자가 처음 내세웠던 공약이나 정책이 시대착오적이 되거나 현실에 해가 될 수 있다면, 과감하게 그것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오히려 공동체 전체를 위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이 그가 ‘포르투나(Fortuna)’, 즉 운명의 여신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하고자 한 핵심이다. 지도자는 운명을 기다리는 자가 아니라, 운명을 준비하고 조율하는 자여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이 같은 사유는 오늘날 한국 정치에도 적용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는 이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2022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유’를 국정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삼았고, 검찰총장 시절부터 강조해온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 강경한 정책 방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그의 리더십은 여러 측면에서 '유연성'의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강조한 ‘원칙과 공정’은 특정 국면에서는 국민적 지지를 얻었지만, 상황 변화에 대한 조정 능력이 부족했던 부분,
특히 대국민 설득력이나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 전략 조정의 결핍은 오히려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예컨대 노동·복지·부동산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서 고집스러운 기조를 유지한 채 실질적 현실 조율이 부재했던 점은, 마키아벨리식 관점에서 보면 ‘약속의 유효성 검토 없이 현실을 강요한’ 오류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강조한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의 3대 아젠다는 그 자체로는 당위적 가치가 있었지만, 이를 추진하는 방식은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인 개혁 드라이브는 정치적 저항을 낳았고, 이는 여론의 이반으로 연결되었다. 마키아벨리라면 말했을 것이다.
“군주는 미움을 사면 안 된다.” 단호함은 미덕일 수 있으나, 그 단호함이 상황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되었을 경우에는 오히려 위험한 고집이 된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을 받는 것이 낫다고 했지만, 백성의 ‘미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국민이 나를 싫어해도 내가 옳다면 간다’는 스타일이 과연 장기적 통치 효과성을 보장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다음 대통령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점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위기 상황과도 맞물린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불안정,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고령화, 청년층의 절망, 양극화 심화, 자산 시장 불안정 등 위기 요소들이 쌓이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고정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이 지금 이 시점에서도 유효한지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현실에 따라 과감히 재조정할 수 있는 통찰력이다. 윤 대통령이 보여준 경험은,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운명의 여신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는 경구를 다시 음미하게 만든다. 준비란 단지 계획을 갖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따라 계획을 고치는 능력을 말한다.
이와 함께 마키아벨리는 아첨꾼에 대한 경계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가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실제 민심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왜곡된 정보 속에서 이루어지는 리더의 판단은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의 한국에서도 대통령실, 내각, 당정청의 정보 구조가 민심과 유리된 채 ‘정치적 진실’만을 반복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그것은 곧 국정 운영의 실패로 직결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후반기에 들어선 지금, 중요한 것은 단지 남은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아니라, 공약이 현재도 유효한지를 다시 묻고 그에 따라 전략을 재설정할 수 있는 정치적 용기다.
마키아벨리는 “성공한 군주는 현실에 순응하는 자가 아니라, 현실을 주도하는 자”라고 했다.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기회의 원천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도 단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단기 전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운영의 ‘기조’를 얼마나 유연하게 재편할 수 있는가이다.
지지 기반을 일부 이념층에만 국한시킨 채 전국 단위의 민심 조율을 등한시하는 리더십은 결국 어느 시점에서든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과연 후반기에 새로운 정치적 설계도를 내놓을 수 있는가, 그것이 6월 3일 선거 이후 한국 정치의 향방을 가르는 주요 지점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권자들은 이 선거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당의 색깔이나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읽고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 유연한 현실 인식과 전략적 사고를 가진 지도자를 판별하는 능력이다.
마키아벨리식 현실주의는 도덕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도덕이라는 가치조차 현실에 기반할 때에만 실효성을 가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3년은 그것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교훈이다. 리더십이 단지 원칙을 관철하는 능력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그 원칙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임을 국민은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6월 3일,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할 때는 ‘말을 지킨 사람’이 아닌, ‘상황을 읽고 제대로 조정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마키아벨리와 윤석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 정치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실패한 약속이 아니라, 변화에 눈감은 리더다. 이 선거는 그런 리더를 판별하는 매우 실제적이고도 냉철한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