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주도한 '피터 나바로' 경제정책의 허구성단순한 국산화 논리에만 머물러 있는 나발로의 논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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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하는 피터나바로 사진cnn화면 캡쳐 |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UC 어바인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학자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저술은 대부분이 경제학계에서 엄밀한 검토를 거친 학술 논문이 아니라, 대중서를 중심으로 한 주장 중심의 글들이며, 그 내용 또한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정치적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Death by China』는 미국 산업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인해 붕괴되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으나, 이 책은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 아닌 도식적 구조를 기반으로 ‘중국=악’, ‘미국=피해자’라는 구도를 반복 재생산한다.
나바로는 무역수지 적자를 GDP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 설명하며, “순수출(X–M)이 음수면 GDP가 줄어든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이는 GDP 항목을 단순히 항등식으로 이해한 결과로, 거시경제 이론에서 순수출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예컨대 미국은 소비와 투자 중심의 내수형 경제 구조로 인해 항상 무역적자가 발생해왔지만, 이는 경제 활력의 결과이지 침체의 원인이 아니다.
무역적자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국가가 약한 경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도 소비가 위축되고 국내 수요가 약하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를 갖는다. 오히려 미국은 세계적 기축통화인 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를 가진다.
나바로는 이러한 구조적 배경을 무시하고 ‘적자=손해’라는 17세기식 중상주의 프레임을 반복한다.
미국과 유럽은 항공기, 농업, 반도체 등에서 자국 산업에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왔고, 이를 문제 삼는다면 WTO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지, 일방적 관세라는 대응은 국제 통상규범을 훼손할 뿐이다.
나바로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강제로 기술을 이전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자발적으로 합작을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기술 이전은 강제가 아니라 계약적 선택이며, 오히려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에 접근하는 장점을 누려왔다. 나바로의 주장은 구조적 맥락을 배제한 채 일방적 피해자 프레임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학문적 엄밀성이 부족하다.
그의 주장은 『American Economic Review』나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등 주요 학술지에 실린 바 없으며, 학계에서는 거의 인용되지 않는다. 『The Economist』지는 이를 “다작이지만 진지한 검토를 거친 적 없는 주장들의 나열”이라고 평한 바 있다. 결국 나바로는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경제학의 언어를 변용한 것이지, 학문적 기준에서 정책을 설계한 인물은 아니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표를 들고 상호 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7번째에 한국이 적혀 있다. |
보호무역 정책의 역효과와 나바로 모델의 정책 실패
트럼프 행정부 시기 피터 나바로는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 아래 관세 부과, 공급망 재편, 자유무역협정 탈퇴 등을 주도했다.
그가 주창한 정책의 핵심은 “Buy American, Hire American”이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된다. 나바로는 미국 제조업 쇠퇴의 원인을 외국, 특히 중국에 전가하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의 생산 거점을 본국으로 되돌리는(re-shoring) 방안을 통해 일자리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실효보다 부작용이 훨씬 컸다. 대중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게 연간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전가했고, 이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 감소로 이어졌다.
뉴욕연방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대중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 부담은 1인당 평균 800달러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실질임금의 하락 효과를 초래했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조업 공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예컨대 미국 최대 세탁기 제조업체인 월풀(Whirlpool)은 관세 이후 철강 가격 인상으로 인해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다른 산업도 비슷한 부담을 겪었다. 자동차 산업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오히려 해외 이전을 확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나바로의 공급망 재편 주장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일부 정당성을 얻기도 했으나, 그의 접근은 단순한 국산화 논리에 머물러 있었다.
현대의 공급망은 기술적, 지리적, 가격 경쟁력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최적화된 구조로 운영되며, 단순히 모든 생산을 미국 내로 되돌리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한다. 리쇼어링의 경제적 유인도 대부분 부족하며, 인건비와 환경 규제가 높은 미국에서는 단순 조립형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바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산업정책에 강한 개입을 주장했고, 이는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시켰다. 그는 자유무역협정을 모두 미국에 불리한 거래로 규정하며 TPP, NAFTA, 한미FTA 등을 전면 재협상하거나 탈퇴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에게 경제적 주도권을 넘기게 되었고, 특히 TPP 탈퇴는 일본, 호주, 베트남 등이 포함된 거대 무역 블록에서 미국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 ▲ 트럼프 1기와 2기의 다른점 |
나바로가 비판한 자유무역협정들은 대체로 미국이 지재권, 서비스, 농산물 등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은 구조였으며, 일자리를 줄인 주범은 협정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자동화였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David Autor)의 연구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주된 원인이 기술 변화임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으며, 무역은 그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바로는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을 단일 외부 요인으로 단순화하는 분석을 통해 정책 설계를 시도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산업의 재편이 아닌 혼란만을 가중시켰다. 그의 이론은 중상주의적 민족주의 경제관에 기초하며,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경제에서는 부적합한 접근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경제 이론으로 정당화하는 데 나바로의 주장은 유용했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경제 정책 효과 면에서는 실패한 모델로 남았다.
그가 강조했던 ‘무역전쟁 승리’는 실상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손해를 안겼고, 공급망 불안과 국제 신뢰 훼손을 초래했으며, 경제학적 근거 없이 감정과 이념으로 무역정책을 주도한 결과였다. 이처럼 나바로의 모델은 학문적 깊이와 정책적 효과 양면에서 모두 실패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