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트럼프, 무면허 의사가 외과 수술을 하는 형국...회복되기 힘든 정책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4/06 [06:53]

트럼프, 무면허 의사가 외과 수술을 하는 형국...회복되기 힘든 정책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4/06 [06:5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관세 전쟁’ 카드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처럼 보인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를 앞세우며 중국을 넘어 유럽연합, 일본, 한국, 멕시코, 캐나다까지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주요 교역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방위 관세 인상은 더 이상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경제를 뿌리째 흔드는 자해적 외과 수술이며, 그 수술대 위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자신이다.

 

지금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은 마치 간단한 시술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경미한 경제 증상을, 생명을 위협하는 중병으로 과장한 뒤 폐와 기관지를 열어 대수술을 감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본문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표를 들고 상호 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7번째에 한국이 적혀 있다.

 

무역 불균형이라는 복잡하지만 관리 가능한 문제를 그는 '국가적 위기'로 포장하고, 전면적인 관세라는 외과적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원래는 약간의 흡입 치료나 정책 조정만으로도 해결 가능한 문제를, 트럼프는 기관지 천식을 과장해 폐 전체를 절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병은 더 악화되고, 회복은 더뎌지며, 정상 기능은 오히려 훼손된다.

 

미국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얽힌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의약품, 심지어 농산물까지 자국만의 독립적 생산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수두룩하다. 해외 중간재와 원자재 의존이 높은 미국 산업에서 관세 인상은 결국 생산비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5%를 넘어섰고, 기업 이익은 감소하고 있으며,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S&P 500·다우·나스닥 모두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가장 불안정한 주가 흐름이 재현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보복 관세를 예고하며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이는 미국 수출 기업들의 도산 가능성, 고용시장 위축, 무역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는 ‘제조업 부활’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생산기지 이전과 비용 상승만 초래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더 약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투자보다 방어에 집중하고, 민간 고용은 불안정해지며, 노동시장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달러화는 점차 흔들리고 있으며, 미국의 국가 부채는 36조 달러를 넘어섰다. 재무부가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이를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하며 관세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결과가 일시적 쇼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 훼손된 글로벌 신뢰는 회복이 어렵다. 관세 전쟁은 단순히 물류비용이나 수익률에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오랜 시간 쌓아온 동맹 네트워크와 경제적 리더십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세계는 점차 미국을 중심으로 뭉치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미국을 우회한 새로운 공급망과 무역 블록, 심지어 디지털 통화 체계까지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만든 질서를 트럼프 자신이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싸움꾼이라 부른다. 그러나 지금 그는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중국인가? 유럽인가? 멕시코인가? 아니다. 지금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 미국의 소비자, 미국의 제조업, 그리고 미국의 미래와 싸우고 있다.

 

그가 겨누는 관세의 칼끝은 적을 향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의 심장, 폐, 기관지와 같은 경제 기관을 향하고 있다. 그가 진단한 병은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고, 수술은 과도하며, 환자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관세 폭탄은 치료가 아니라 부작용이며, 미국은 점차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그의 손에는 청진기가 아니라 메스가 들려 있고, 그가 진료 중인 환자는 바로 미국 자신이다. 경제는 감정이 아닌 숫자로 말한다. 과잉 수술은 치료가 아니라 파괴다. 미국은 지금, 잘못된 외과의의 손끝 아래 놓여 있다.

이 기사 좋아요
기자 사진
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도배방지 이미지

트럼프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