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해법, 해양 쓰레기부터 줄여야 한다플라스틱 쓰레기로 병드는 해양, 탄소 순환의 붕괴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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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오염의 주범 해양쓰레기와 각종 오염으로 부터 바다지키자 |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이라는 시각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 위기라 하면 탄소 배출과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과 같은 거시적인 의제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지구 생태계의 순환을 가장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은 일상 속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과 각종 폐기물이 해양으로 유입되면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1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해양 생물의 체내에 축적되고 결국 인간의 식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미관의 문제나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 자체를 교란시키는 실질적인 위험 요소이다. 이 점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는 기후 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결 고리를 지닌다.
해양 생태계는 지구 전체 탄소 순환의 25%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바다 속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데,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면 광합성 활동은 급격히 감소한다.
실제로 최근 해양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서는 해양 생물의 다양성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수십 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바다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며 기후 안정을 위한 핵심 축 역할을 해왔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와 폐기 습관이 해양을 병들게 하면서 지구 스스로의 치유 능력도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해양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단지 해변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 탄소 순환 체계를 회복하고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 중 하나이다.
![]() ▲ 지난 9월, 영종봉사단 및 가천대학교 학생들 해양쓰레기 줍깅 활동 모습(사진제공=인천시청) 하상기 기자 |
기후 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되는 것이 ‘공동의 그러나 차등화된 책임’이다. 이는 모든 국가가 기후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하지만, 각국의 역사적 배출 책임과 경제 발전 수준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해양 쓰레기 문제에서도 이 원칙은 유효하다. 선진국들은 지난 수십 년간 막대한 플라스틱 소비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며, 여전히 세계 폐플라스틱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다수의 개발도상국은 해양 쓰레기 처리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선진국의 폐기물까지 떠안고 있다.
이런 구조는 해양 생태계 오염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의 균열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해양 쓰레기 감축은 단순한 환경 보호 운동이 아닌,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책임 있는 국가들이 자원과 기술을 지원하고, 폐기물 처리의 국제적 공조 체계를 구축하며, 동시에 전 세계 시민들이 소비와 폐기의 습관을 성찰해야 한다.
영상 속 물리학자는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하며, 기후 위기의 해법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나 정치적 선언에서 완성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지금 당장 가능한 실천, 즉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며, 공동체 차원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 ▲ 부산시 해수욕장에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형물 |
특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지만, 인프라 구축과 경제적 부담, 공급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해양 쓰레기 감축은 그 소비 절감의 대표적인 실천 항목이자,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할 변화의 출발점이다.
동시에 문화와 예술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조형물, 바다 생태계를 형상화한 미디어 아트, 해양 환경을 주제로 한 패션 디자인 등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 감정에 호소하며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킨다.
결국 기후 위기의 해답은 해양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해양 쓰레기를 얼마나 줄이느냐는 단순한 환경 보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문명의 지속 가능성과 다음 세대의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