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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는 악인가, 필수인가… 과학이 밝히는 복잡한 역할

인간 활동의 흔적, 지질학적 속도와 충돌한 기후 시스템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4/03 [09:11]

온실가스는 악인가, 필수인가… 과학이 밝히는 복잡한 역할

인간 활동의 흔적, 지질학적 속도와 충돌한 기후 시스템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4/03 [09:11]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후 약 1도 상승했다는 과학적 사실은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인류가 마주한 기후변화 담론의 출발점이자, 향후 수십 년간 정치·경제·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지을 경고음이다.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1도의 변화는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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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도 40도를 넘는 지역이 수두룩 해진 세계 이제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에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예컨대 약 5,500만 년 전 지구가 겪은 5~6도의 온도 상승조차도 약 2만 년이라는 느린 속도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200여 년 만에 1도 상승이라는 현재의 현실은 지구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자연 변동의 범위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이례적이고 급격한 기후 변화가 단순한 자연 주기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 활동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계의 오랜 연구를 통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에서 흔히 언급되는 요인으로는 태양 활동, 화산 폭발, 해류의 이동,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 등 자연적 변수가 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태양에서 지구로 전달되는 에너지는 오히려 감소했으며, 이는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위성 관측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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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태양 활동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한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평균기온 상승 간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여러 연구는, 인간 활동이 현재의 온난화 현상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가설에 강한 신뢰를 실어준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20년대 이후 발표한 종합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일 확률을 무려 99.9%로 제시하며 사실상 이론적 논쟁을 종결지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온실가스를 단순한 유해 물질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주요 온실가스는 오히려 지구 생태계가 현재의 모습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 대기에서 온실가스를 완전히 제거한다면, 지표면은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 상태로 급격히 냉각될 것이며, 이는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이 생존 불가능한 환경을 맞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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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하가 녹았을때 생기는 현상    

 

문제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농도의 비정상적 상승이다. 태양에서 지구로 전달된 에너지는 지표면에 저장되고 일부는 다시 대기로 방사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는 복사 에너지의 일부를 대기 중에 포획하여 지구의 열 균형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방출되어야 할 복사 에너지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시스템 안에 갇히게 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온실효과’라 부르는 현상의 본질이다.

 

오늘날에는 온실효과와 관련한 과학적 이론들이 보다 정교해졌고, 이에 대한 실측 자료와 모델링 결과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함에 따라, 과학계 전반에서도 큰 신뢰를 얻게 되었다. 특히 열역학의 기본 원리는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초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 법칙은 외부에서 에너지가 추가되거나 사라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와 지구가 우주로 방사하는 에너지 간의 균형이 무너지면, 시스템 전체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구가 에너지 불균형 상태에 접어들면 해수면 상승, 빙하 융해, 대기 대순환의 변화 등 다양한 형태로 반응하게 되는 원리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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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가 전환될 때마다 반드시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며, 결국 에너지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또한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가 전환될 때마다 반드시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며, 결국 에너지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법칙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 시스템, 특히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구조가 본질적으로 100% 효율에 도달할 수 없다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어떤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물리 법칙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작동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단지 기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고효율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고, 사회 전체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재편성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구조적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과제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사용은 인간의 일상, 산업, 정치, 경제 시스템 전반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정책의 방향성, 산업계의 구조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건축물의 에너지 기준을 강화하고, 교통 시스템을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며, 농업·산업 부문에서의 에너지 집약도를 낮추는 일련의 조치들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또한 국가 간 에너지 격차와 기후 책임의 문제 역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이 산업화를 통해 역사적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개발도상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오늘날 기후위기의 피해는 오히려 후진국이 더 크게 받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단순히 ‘과학적 문제’나 ‘환경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에너지, 정치, 경제가 얽힌 복합적 퍼즐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 시스템의 변화는 과학이 밝히는 열역학의 원리 속에서 예측 가능해지고 있지만, 그 해법을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회 시스템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즉, 기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과학의 경고는 분명해졌으나, 그 해답을 향한 실천은 여전히 정치의 영역, 그리고 경제의 구조적 재편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지구 온난화’라는 퍼즐의 해결은 단지 과학적 설명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위기라면, 인간의 집단적 의지와 선택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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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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