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시대, 막을 내리나…명예로운 퇴장 vs 체제 숙청‘질서 있는 후퇴’냐 ‘강제 축출’이냐…지도부 내 노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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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문제와 부정부패 속 중국 군부의 변화 |
시 주석의 리더십 아래서 권력을 잃거나 숙청당한 고위 관료들이 정치적 반격의 계기를 엿보는 동시에, 당내 중도 세력과 실용주의 관료집단 사이에서는 '질서 있는 교체'를 통해 체제 안정을 꾀하려는 흐름도 감지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내부의 동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으나, 시진핑 주석에게 명예로운 퇴장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이 현재로선 가장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절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시진핑은 일정 수준의 정치적 명예와 안전을 보장받으며 자연스러운 '조용한 퇴장'의 길을 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모델은 과거 장쩌민 주석이 보여준 일종의 '원로 정치'로의 이행과 유사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권 교체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시 주석은 '반당적, 반국가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명분 아래 공개적인 실각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제 실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단지 한 명의 국가주석 교체에 그치지 않고, 중국 체제 전반에 걸쳐 권력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매우 크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축출되었던 고위급 인사들이 정치적 복권을 도모할 경우, 과거와는 전혀 다른 권력 구도 속에서 당내 갈등은 물론 외부로 확산될 수 있는 정치적 불안정 요인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3연임 체제를 강행한 이후 당내 권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었으며, 이는 곧 권위주의적 통치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러한 권력 집중이 내부 반발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향후 중국 정치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중국 내부 권력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 외교 및 경제 전략 전반의 조율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중국 지도부 변화가 미·중 관계의 구조적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기존 대중정책의 수정 방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연합(EU) 역시 중국 내 정치적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첨단 기술, 투자, 공급망 재편 등에 있어 '차이나 리스크 최소화' 기조를 보다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내 대중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과거에는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에 열광했던 계층이 존재했으나, 최근 들어 경제적 침체, 실업률 상승, 개인 자유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누적되면서 체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시 주석의 퇴진을 암시하거나 풍자하는 암호적 표현, 이른바 '밈(meme)'들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단지 개별적 해프닝을 넘어서 일종의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청년 세대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정치에 대한 의견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으며, 검열의 틈을 비집고 체제에 대한 비판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이런 흐름은 단지 시 주석 개인에 대한 반감에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체제 전환에 대한 열망, 나아가 ‘중국몽’이라는 국가주의 담론에 대한 회의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당면한 내부 위기가 단순한 인물 교체의 문제가 아닌, 시대적 전환점에서 불거진 구조적 딜레마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중국 현대 정치사의 향후 전개 방향은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자발적이고 질서 있는 퇴장을 택한다면, 체제는 일정 수준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권력 고수에 집착할 경우 격렬한 정치 투쟁과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단지 내부 권력 다툼에 그치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와 위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외교·경제·군사 등 전방위적 차원에서 연쇄적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혼란'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을 지녀왔다. 공산당 역시 이러한 전통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해 왔으며, 시진핑 주석의 집권기 동안에도 '중앙집권화'와 '정치 통제 강화'는 안정 유지의 핵심 도구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 중심의 통치 모델은 역설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긴장을 억압하면서 반작용을 초래했으며, 지금은 오히려 체제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결국 시진핑 주석이 어떤 방식으로든 물러나는 것이 시간 문제라면, 중국 공산당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조용한 교체' 혹은 '충격적 단절' 두 가지 중 하나로 수렴될 것이다. 이 선택은 단지 시진핑 한 사람의 명운을 가를 뿐만 아니라, 중국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몇 개월은 중국 정계는 물론 국제 정치사에서도 결정적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스스로의 퇴장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혹은 그에게 퇴장을 강요할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판을 주도할 것인지에 따라, 중국은 새로운 정치 질서와 마주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전 세계는 또 한 번 '중국발 충격'에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