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가장 큰 실수..'풋'의 종말‘트럼프 풋’과 ‘연준 풋’의 종말, 투자자 심리에 드리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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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풋도, 연준 풋도 없다면 도대체 누구의 풋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식의 자조적 질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불안과 냉소를 동시에 담고 있다. |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트럼프 풋(Trump Put)’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하나의 신념 또는 기대를 의미한다.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 정책, 규제 완화, 무역 협상 재조정 등의 방식으로 즉각적인 시장 부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트럼프 풋’이라는 이름 아래 정리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지속적으로 주식시장 상승을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강조했고, 시장이 불안정한 조짐을 보일 때마다 대외적으로 강한 정책 신호를 보내며 투자심리를 부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심리적 확신이 자리 잡았다. 즉, 시장이 위험에 빠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개입할 것이며, 따라서 급격한 하락세는 일정 수준 이상에서 제어될 것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 기대는 단순한 추정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실제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연준 풋(Fed Put)’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즉 연준이 시장의 극단적인 하락이나 시스템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금리 인하, 채권매입(QE),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자산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주도한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가 있다.
당시 연준은 사실상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았고, 이로 인해 ‘연준은 절대 시장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었다. 이후에도 제롬 파월 의장 하에서 팬데믹 국면에서의 긴급 금리 인하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이 같은 믿음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러한 믿음은 때로는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연준이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본래보다 더 큰 레버리지 또는 투기적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풋’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금융기법을 넘어, 경제정책과 시장심리를 설명하는 상징적인 언어로 발전했다. 이른바 ‘시장 안전판’에 대한 비공식적 보장 또는 묵시적 약속으로서의 ‘풋’은, 시장이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직면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소환되며, 투자자들은 누구의 ‘풋’이 유효한지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등장한 표현 중 하나가 바로 “풋풋풋”이다. 이 표현은 ‘트럼프 풋도, 연준 풋도 없다면 도대체 누구의 풋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식의 자조적 질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불안과 냉소를 동시에 담고 있다.
특정 인물이 재임 중이거나 권력을 행사하고 있을 때는 해당 인물에 대한 ‘풋’ 기대가 존재하지만, 그 인물이 물러나거나 시장 정책 기조가 바뀔 경우 기존의 ‘풋’은 소멸하고, 새로운 ‘풋’을 찾으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정부는 결국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다’라는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에 기댈 수도 있으며, 반대로 ‘어느 누구도 시장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에 빠지기도 한다.
“풋풋풋”이라는 표현은 이 같은 모순과 불안의 응축된 산물로 해석된다. 겉으로는 가벼운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깊은 불신과 좌절감을 대변하는 상징어다. 트럼프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고,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자산 시장 부양 의지를 보이지 않을 때, 시장은 새로운 ‘구원자’를 갈망하게 된다.
이때 “풋풋풋”은 단지 재미있는 말장난이 아니라, “지금 이 시장은 어느 누구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적 인식을 해학적으로 압축한 신조어로 기능한다. 특히 금리 인상기, 통화 긴축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점에서 이 표현은 더 자주 사용되며,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언어가 된다. 시장이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요동칠 때마다 투자자들은 “이번엔 누가 나서서 지켜줄 것인가”를 묻는다.
과거에는 연준이 있었고, 트럼프가 있었고, 때로는 중국 정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같은 외부 주체들도 ‘풋’ 역할을 기대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주체도 뚜렷한 신호를 보내지 않거나, 오히려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누구의 풋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풋풋풋”은 단순한 조롱이나 비아냥을 넘어서, 금융시장이 지금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를 암시하는 함축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외부의 구원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의 논리와 구조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는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동안 ‘트럼프 풋’이나 ‘연준 풋’에 안주하던 투자자들은 이른바 ‘무풋 시대’에 적응해야 하며, 이는 곧 리스크 관리의 전환, 기대수익률의 재조정, 심지어 투자 철학 자체의 변화까지 요구하는 신호일 수 있다.
결국 ‘풋’이라는 말 한마디는 단지 금융 기술 용어가 아닌, 현대 자본주의 금융 체제의 작동 방식과 그 이면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꿰뚫는 핵심적인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풋풋풋”이라는 짧은 신조어 속에는 ‘더 이상 기댈 데 없는 시장’,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계’, ‘그리고 그 현실을 비웃으며 받아들이는 냉소적 투자자’라는 현대 금융의 풍경이 응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