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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표면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확산 메커니즘 밝혀져

세균의 유전자 변이와 내성 강화에 미세플라스틱이 매개 역할 수행
화학적 작용 통해 내성 세균 증식 촉진… 미세플라스틱의 새로운 위험성 부각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3/17 [17:26]

미세플라스틱 표면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확산 메커니즘 밝혀져

세균의 유전자 변이와 내성 강화에 미세플라스틱이 매개 역할 수행
화학적 작용 통해 내성 세균 증식 촉진… 미세플라스틱의 새로운 위험성 부각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3/17 [17:26]

미세플라스틱이 세균의 항생제 내성을 촉진하는 생물학적 및 화학적 기작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mm 이하로 환경 중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세균의 항생제 내성(antibiotic resistance)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에는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라 불리는 미생물 생물막(biofilm)이 형성되는데, 이 생물막 환경은 다양한 세균이 밀집해 상호 작용하면서 유전자 교환이 활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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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미세플라스틱이 세균의 항생제 내성을 촉진하는 생물학적 및 화학적 기작을 보여줍니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의 생물막, 세균 간 유전자 교환, 항생제 내성 유전자 확산, 활성산소 생성, 그리고 항생제 및 중금속 흡착 과정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특히 세균 간의 수평적 유전자 전이(horizontal gene transfer, HGT)가 증가하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전파가 가속화되고 있다. 환경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세균은 접합(conjugation)에 의한 유전자 전이 빈도가 최대 1.7배까지 증가하였으며, 항생제 내성 유전자(ARG)의 전파가 촉진됨이 확인되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세균 간 플라스미드 전달을 촉진하여 내성 유전자가 퍼지는 '핫스팟'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여러 종류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에 대장균을 노출시킨 실험에서는 5~10일 내에 암피실린, 시프로플록사신, 독시사이클린, 스트렙토마이신 등에 대한 다제내성이 발생하였다.

 

놀랍게도 항생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미세플라스틱 노출만으로 내성이 유도되었으며, 일단 형성된 내성은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한 후에도 지속되었다.

 

특히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에서 내성 증가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으며, 생물막 형성이 내성 증가의 핵심 기작으로 지목되었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히 내성 세균을 옮기는 수동적 운반체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항생제 내성 진화를 촉진하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화학적 기작도 항생제 내성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변의 오염물질을 흡착하고 활성산소(ROS)를 생성해 항생제 내성을 높인다. 환경 중에 오래 노출되어 노화된 미세플라스틱은 표면적이 커지고 극성 작용기가 늘어나 항생제 분자나 DNA(ARG 포함)를 더 많이 흡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폴리염화비닐(PVC) 조각은 주변의 테트라사이클린 등 항생제를 흡착해 세균이 저농도의 항생제에 지속 노출되도록 만든다.

 

이는 내성균을 선택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자외선 등으로 광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ROS를 발생시켜 세균의 세포막 투과성을 증가시키며, 이는 외부의 플라스미드나 유전자의 흡수를 쉽게 하여 ARG 획득을 촉진한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 노출 시 세균에서 rpoS 등의 스트레스 대응 유전자와 세포막 단백질(ompA, ompF 등)이 상향조절되고, 플라스미드 전달 관련 유전자(traJ 등)도 발현이 늘어나는 반면 억제유전자는 감소해 결과적으로 유전물질 전달이 용이한 상태가 되었다.

 

중금속이나 소독부산물 같은 다른 오염물질도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함께 붙어 세균에 복합 스트레스를 주어 내성 발현을 높일 수 있으며, 플라스틱 자체의 첨가제(예: 프탈레이트 가소제, 비스페놀류)도 미량이나마 용출되어 세균의 돌연변이 및 내성 유발에 기여할 수 있다.

 

정리하면 미세플라스틱은 (1) 생물막 형성과 세균 밀집으로 인한 유전자 교환 촉진, (2) 항생제·중금속 흡착으로 인한 선택압 부여, (3) 활성산소 생성 등 스트레스 유발로 인한 돌연변이 및 HGT 증가를 통해 세균의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인체로 유입되어 심혈관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최근 연구들은 죽상동맥경화와 혈전 위험 증가와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다.

 

혈관 내 축적 기전으로서 미세플라스틱은 호흡기나 소화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 후 혈류로 진입할 수 있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인간의 동맥경화 플라크에서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는데, 경동맥 내죽종(목동맥 죽상판)을 제거한 257명의 환자 중 상당수의 플라크에서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 입자가 발견되었다.

 

이는 플라스틱 미립자가 혈관 벽에 침착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플라크 내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 환자들은 3년 내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사망 위험이 높았다는 관찰 결과도 보고되었다. 비록 이러한 연구는 인과 관계보다는 상관성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인체 동맥의 죽상판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한 첫 연구'로서 의미가 크며,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장 건강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혈관 내 미세플라스틱 축적은 만성 염증과 죽상경화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들의 혈중 미세플라스틱 수치가 건강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 혈중 미세플라스틱 수치가 높을수록 염증성 사이토카인 IL-6, IL-12p70의 농도가 상승하고 B세포와 NK세포 등 면역세포 수치가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전신적인 면역 염증 반응을 유발하여 혈관 손상과 죽상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물실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뇌의 모세혈관을 막아 미세혈전을 형성시키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제거된 혈전을 분석한 결과 80% 이상의 혈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고, 혈전 내 미세플라스틱 함량이 높을수록 뇌졸중의 중증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검출된 플라스틱 중 폴리에틸렌(PE)이 가장 많았고,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환자 군에서 혈전표지자 D-디머 수치가 더 높았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혈액 응고 과정에 관여하여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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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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