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역풍과 영국 경제외국 자본에 우호적이던 만델슨, 돌연 경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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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초, 영국 정부 내 실질적인 부총리 역할을 수행하던 피터 만델슨 경은 정치권에서 '마키아벨리를 닮았다'는 평가를 자주 받았습니다. 그는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홍보 책임자로서 '신노동당'의 이미지를 구축한 인물로, 언론을 능숙하게 활용하고 정치적 기류 변화에 재빠르게 반응하는 능력 덕에 '암흑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
만델슨 경의 발언은 단순한 언론 플레이였을까, 아니면 영국 정책 입안자들이 이제서야 외국 자본 의존의 위험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일까? 오랜 기간 영국 정부는 외국 자본에 관대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나친 외국 자본 의존이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투자 유치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기존의 논리대로라면 외국 자본의 투자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고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외국인 직접 투자의 절반 이상이 신규 설립 투자(greenfield investment)가 아닌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brownfield investment)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외국 기업이 영국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경영권이 해외로 넘어가면서 자국 노동자들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특정 전략 산업에서 외국 자본이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대개 연구개발(R&D)보다는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보다는 단순 제조업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내 기업을 육성하고 외국인 투자의 조건을 조정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무조건적인 외국 자본 유치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면 일부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과의 합작 투자(JV)를 통해 기술 이전을 의무화하거나 노동자 교육을 필수 조건으로 설정하는 등 보다 전략적인 투자 유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델슨 경이 뒤늦게나마 외국 자본의 위험성을 인식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세계화가 심화되었지만 기업의 국적이 여전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단순히 국적만으로 투자의 질을 논할 수는 없지만, 외국 기업이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우 해당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는 말은 신화에 불과하며, 국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만델슨 경은 비로소 깨닫게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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