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월보다 금리 더 잘 안다"…트럼프의 자신감다보스 화상 연설에서 금리 인하 강력 주장…시장 반응 엇갈려
|
![]()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미국의 통화 정책은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적인 결정 사항으로,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금리 결정을 내리는 주요 책임자들보다 금리를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Fed를 향해 금리 인하를 위한 강력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408.34포인트 상승하며 4만4565.07로 거래를 마쳤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각각 0.53%, 0.22%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던 시장의 분위기를 변화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설 연휴를 앞둔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는 0.85%, 코스닥은 0.65% 상승하며 글로벌 경제와의 연동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 채권 시장과 금리 선물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Fed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파월 의장의 정책 기조와 일치한다. 파월 의장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압박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Fed 의장의 해임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입지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29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99.5%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보다 오히려 상승한 수치다. 또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31.7%로 전날보다 소폭 감소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동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을 대상으로 유가 인하를 촉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이는 곧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다만 그의 이러한 전략에 대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고율 관세 정책이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관세를 통해 수천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을 확보하겠다고도 밝혔다.
![]() ▲ 파월(사진=포춘 디지털) |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임기였던 2018년에도 그는 "Fed가 너무 긴축적이다"며 금리 인상에 나선 파월 의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파월 의장이 미쳤다"고 발언하며 Fed의 긴축 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어서 "파월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거나 "멍청하다"는 표현으로 연준 의장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지속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자신의 정책 기조를 고수하며 Fed의 독립성을 지켜왔다. 그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로 예정되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에도 두 사람 간 긴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Fed의 독립성 문제는 과거에도 미국 정치와 경제계에서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연준 의장이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Fed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파월 의장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명분으로 Fed가 보다 유연한 금리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특히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맞물려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65%로 마감해 전날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채권 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보다는 동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증시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채권 시장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Fed의 정책 기조가 시장 기대와 다소 괴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에서 금리 인하를 목표로 Fed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면서, 미국 경제 정책 전반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특히 파월 의장과의 관계가 1기 때와 유사한 갈등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은 앞으로의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다보스 연설과 백악관 발언에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구상은 단순한 레토릭을 넘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향후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