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5년 1월 20일 발표한 ‘12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거주자외화예금은 1013억 달러로 전월 대비 28억 7000만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증가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예비 자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대응의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달러화 예금이 38억 달러 증가하며 전체 외화예금 상승세를 이끌었으며, 이는 거주자외화예금 중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85.3%에 달하는 점과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이번 자료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주요 통화별 변동이다. 먼저, 미국 달러화 예금은 전월 대비 38억 달러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기업들이 수출입 거래 및 비상 자금 확보를 위해 달러화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 엔화는 11억 9000만 달러 감소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인해 엔화의 평가 절하와 환율 상승으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로화는 일부 기업들이 매출 대금을 일시적으로 예치한 결과 2억 3000만 달러 증가했으며, 중국 위안화는 9000만 달러 증가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기타 통화인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화 등은 6000만 달러 감소하며 전체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거주자외화예금을 주체별로 살펴보면, 기업 예금이 31억 7000만 달러 증가하며 전체 외화예금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기업들이 수출입 활동에 필요한 자금 관리와 더불어 대내외 경제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화를 비축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개인 예금은 3억 달러 감소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는 높은 환율로 인해 개인들이 외화 예치보다는 원화 환전을 선호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이 867억 2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8억 9000만 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외화예금 잔액은 145억 8000만 달러로 2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국내은행이 상대적으로 기업 중심의 외화예금 유치에 강점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동향에서 특이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시 달러화 예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기업들의 불안 심리로 인해 달러화 비축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기업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화 보유를 확대했음을 방증한다. 특히, 금리 인상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가 이러한 불안 심리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 중심의 달러화 예금 증가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환율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외화를 통한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외화 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는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12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 자료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과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과 맞물려 기업 중심의 외화예금 증가가 단기적인 불확실성 관리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글로벌 경제 환경이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외화 비축 전략과 자금 관리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