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트럼프2기...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은 누구를 겨냥하나?

마키아벨리와 닉슨의 전략을 계승한 트럼프 외교

파나마 운하부터 그린란드까지, 지정학적 방정식의 해법

극단적 압박과 불확실성, 국제 협상의 새로운 기준

조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1/20 [11:33]

트럼프2기...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은 누구를 겨냥하나?

마키아벨리와 닉슨의 전략을 계승한 트럼프 외교

파나마 운하부터 그린란드까지, 지정학적 방정식의 해법

극단적 압박과 불확실성, 국제 협상의 새로운 기준

조동현 기자 | 입력 : 2025/01/20 [11:33]
본문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미국의 통화 정책은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적인 결정 사항으로,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그의 외교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마키아벨리와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을 계승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국제 정치에서 불확실성을 무기로 삼아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키아벨리가 처음 제시한 이 전략은, 지도자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닉슨은 이를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과의 협상에서 활용했으며, 자신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는 사람으로 믿게 만들어 협상을 유도했다. 트럼프는 이 전략을 현대 국제 사회에 맞게 변형하여,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 캐나다 등을 둘러싼 복합적인 지정학적 방정식을 제시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 경로로, 미국의 동부에서 상선이나 군함이 아시아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중국 또한 이 운하를 통해 미주 지역으로의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파나마 운하 일부를 운영하며, 남미 대륙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페루의 찬카이 항구 완공은 남미 국가들이 중국과의 교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 위협과 같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미국 선박의 운임을 낮추는 등의 실질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닌,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회복하려는 지정학적 접근의 일환이다.

 

그린란드는 냉전 시기부터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되었으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북극항로가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경로는 기존의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항로에 비해 10여 일을 단축할 수 있는 경제적, 군사적 이점을 제공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미국은 그린란드의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북극항로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그린란드 구매를 시도한 역사적 사례를 되살리며, 이 지역을 미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캐나다와의 관계에서도 트럼프는 마키아벨리적 접근 방식을 활용했다. 지난해 말,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그의 발표는 캐나다 내부의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관세 위협 이후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었고, 결국 사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단순한 경제적 압박을 넘어 상대국의 정치 체제를 흔들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계산된 전략으로 작용했다. 이는 그의 협상력이 상대방의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은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뚜렷이 드러났다. 당시 중국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압박에 대한 대응을 두고 분열이 발생했으며,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했다는 자성론이 대두되었다. 이는 트럼프가 상대국의 정치적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내부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목적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한편으로는 큰 위험을 동반한다. 극단적인 압박이 상대국의 극단적인 대응을 초래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설마’가 ‘역시나’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전략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에서도 유사한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는 미·중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핵심적인 요충지로 부각되고 있으며, 트럼프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조선, 군수 등 전략 산업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스타일상, 협상 과정에서 극단적인 압박과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국내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며, 장기적이고 일관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의 전략이 가져올 불확실성의 파고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협상 방식은 마키아벨리와 닉슨의 전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며, 국제 사회는 이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