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라면의 기원..

전쟁과 배고픔 속에서 탄생한 인스턴트 라면의 기원

중국 수타국수부터 한국의 고추 수프까지, 라면의 진화

배고픔을 달래는 구원의 음식에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까지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1/03 [07:43]

라면의 기원..

전쟁과 배고픔 속에서 탄생한 인스턴트 라면의 기원

중국 수타국수부터 한국의 고추 수프까지, 라면의 진화

배고픔을 달래는 구원의 음식에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까지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5/01/03 [07:43]

한중일 국민의 눈물과 땀으로 탄생한 라면은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대표적인 즉석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라면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으로, 고난과 극복의 역사를 담은 인간 승리의 기록이다. 그 기원과 발전은 세 나라의 고통과 희망을 반영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허기를 달래고 위안을 주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본문이미지

▲ 삼양라면의 초기 제품 사진... 1963년 한국에서 최초로 생산된 삼양라면의 패키지 디자인과 제품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1958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가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배경에는 패전 후 혼란스러운 일본 사회의 먹거리 문제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 국민 다수는 미군이 제공하는 밀가루로 생계를 이어갔고, 이 밀가루를 활용해 국수를 만들던 이들은 국수 장사를 통해 생계를 꾸렸다. 안도 모모후쿠 역시 이런 상황에서 국수를 대량 생산할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는 10여 년간 연구에 매달렸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경제적으로 파산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 좌절 끝에 삶을 포기하려던 그는 어느 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튀기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기면 내부 수분이 빠져나가 구멍이 생기고, 이 구멍이 다시 뜨거운 물을 흡수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원리를 발견한 것이다. 결국 안도는 1958년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냈고, 이는 일본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 내 라면 산업의 성장은 한국으로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1963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라면이 생산되었으나 초창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사람들은 밀가루로 만든 국수나 느끼한 국물에 익숙하지 않았고, 라면 가격도 일반 국수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정부의 식량 대체 정책과 대통령의 직접적인 제안으로 라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당시 정부는 쌀 소비를 줄이고 밀가루 기반 음식을 대중화하기 위해 라면 산업을 적극 지원했다. 맵고 짠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고추가루 수프 개발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라면은 산업화 과정에서 빠르고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라면의 기원은 인스턴트 라면 이전의 생라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라면은 19세기 말 중국 요코하마 항구에서 일하던 화교 노동자들이 먹던 국수에서 비롯되었다. 이 국수는 화교들이 고향에서 즐기던 ‘라뎬’에서 유래했으며, 일본에서는 이를 ‘라멘’으로 발전시켰다.

 

중국의 수타국수가 밀가루 반죽을 바닥에 치며 늘리는 방식이었다면, 일본의 라멘은 반죽을 공중에서 잡아당기며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내에서 이러한 라멘은 ‘지나소바’ 또는 ‘주카소바’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이는 곧 일본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생라면은 일본의 패전 이후 식량난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대중화되었고, 나아가 인스턴트 라면의 토대가 되었다.

 

라면의 역사는 단순한 음식의 발전사를 넘어선다. 이는 전쟁과 가난을 이겨내려는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중국의 화교 노동자들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눈물로 국수를 만들었고, 일본은 패전 후 식량난 속에서 인스턴트 라면이라는 발명품을 탄생시켰다.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라면을 통해 빠르고 경제적인 식사를 제공하며 발전을 도모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라면 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로 자리 잡았다. 한 사람이 연평균 70개 이상의 라면을 소비한다는 통계는 라면이 단순히 간편한 식사를 넘어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인스턴트 라면의 대중화는 다양한 맛과 형태로 진화하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라면은 이제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푸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라면 한 그릇 속에는 여전히 한중일 국민의 땀과 눈물이 담겨 있다. 중국의 노동자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겪은 고난, 일본 국민이 폐허에서 재건하며 마주한 배고픔, 한국 국민이 산업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는 의지 모두가 한 그릇의 라면 속에 녹아 있다.

 

 

라면은 오늘날에도 저렴한 가격과 간편함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배고픈 이들에게 라면은 여전히 구원의 음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라면은 적당히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고단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라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희망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