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도 독도가 있다..땅은 애국심을 키우는 수단땅이 만들어내는 국가적 결속
|
이는 국가적 결속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아르헨티나의 일기예보 지도에도 말비나스를 이루는 두 개의 섬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말비나스는 무엇인가? 말비나스는 영국이 '포클랜드 제도'라고 부르는 섬으로,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벌였던 장소다. 이 작은 섬은 자원도 거의 없지만, 양국에겐 전략적·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종종 땅을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긴다. 특히, 국경이 불분명하거나 분쟁 중인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국과 일본이 다투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국가적 정체성의 대립을 보여준다. 지리적 갈등을 다루는 지정학은 이러한 현상을 깊이 파고든다. 지정학은 국가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확장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갈등을 벌이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는 협력이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국제 질서를 반영한다.
독일의 나치 정권은 지정학을 매우 전략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히틀러는 독일의 생존 공간(레벤스라움)을 확장하기 위해 지도 제작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축소된 영토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며 대독일 지도와 비교했다.
이 지도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모든 지역을 아우르며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까지 포함했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나치의 팽창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지리학자 클라우스 도드는 "땅의 모습은 애국심을 키우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국가는 사실 상상의 공동체에 불과하다. 같은 국가에 산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가족처럼 친밀할 이유는 없다. 심지어 부유한 국가 내에서도 빈곤층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자신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며 충성심을 발휘할까? 이에 대한 답은 '땅'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 민족은 잃어버린 가나안 땅을 되찾겠다는 결의로 수천 년을 견뎌냈다. 팔레스타인인들도 빼앗긴 땅을 되찾겠다는 열망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단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정학은 국가 생존을 위해 더 넓은 영토를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히틀러는 소련의 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당시 지정학자들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를 '세계의 심장부'로 정의했다. 이곳을 차지하면 세계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는 나치 독일의 동방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영국과 프랑스 같은 해양 강대국들이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을 견제하려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냉전 시대에도 지정학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유리하게 보이도록 지도를 활용했다. 극지 중심 지도를 통해 두 국가의 거리를 가깝게 보여주며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핵미사일 사정거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위협을 과시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갈등의 양상이 문화와 문명으로 확장되었다.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현대의 갈등이 문화를 둘러싼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를 8개의 주요 문명으로 나누고, 문명 간 경계에서 충돌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인도의 힌두교와 파키스탄의 이슬람 간의 대립은 단순한 종교적 갈등을 넘어 문명의 충돌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이슬람권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지정학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국의 80%에 달하는 국민이 해외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점은 지정학적 사고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무관심이 오히려 국가의 전략적 약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정학은 단순히 땅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넘어 국가의 생존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 요소로 작용한다. 땅은 국가와 국민을 결속시키는 상징이며, 이를 둘러싼 갈등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점에서 땅과 그에 얽힌 갈등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세계를 분석하는 데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