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대만의 경제 성장 과실, 국민이 아닌 기업..저임금의 저주

OEM 중심 산업 구조와 소득 불평등의 악순환

청년 세대가 겪는 주거 문제와 정신 건강 악화

노동소득 분배율 41%의 현실, 대만이 나아갈 방향은?

조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24/12/05 [10:27]

대만의 경제 성장 과실, 국민이 아닌 기업..저임금의 저주

OEM 중심 산업 구조와 소득 불평등의 악순환

청년 세대가 겪는 주거 문제와 정신 건강 악화

노동소득 분배율 41%의 현실, 대만이 나아갈 방향은?

조동현 기자 | 입력 : 2024/12/05 [10:27]
본문이미지

▲ 대만은 독특한 문화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여행지로, 다양한 사진 촬영 명소가 있습니다. 타이베이의 상징인 타이베이 101은 도시 전경과 어우러져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지우펀은 전통적인 건축물과 홍등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유명하며, 특히 밤에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수이 지역의 홍마오청은 역사적인 건축물과 아름다운 정원이 조화를 이루어 사진 촬영에 적합한 장소    

 

대만은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 지표와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현실 간의 괴리가 큰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게 나타나지만, 월급 수준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단순히 저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대만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반영하며, 낮은 부가가치 창출과 기업 중심 성장 모델에서 비롯된 문제다.

 

과거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미국 및 서구 국가의 기업들을 위한 위탁생산에 주력하며 낮은 비용과 고효율을 내세워 초기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OEM 구조는 장기적으로 대만 기업들이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임금 상승의 여지를 제한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원청업체들의 압박에 의해 대만 기업들은 생산 비용 최소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저임금 고착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1990년대 후반 대만은 첨단 산업과 반도체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이 시기 대만은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며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협력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만 경제 성장의 과실은 기업과 소수의 고소득층에 집중되었고,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혜택은 미미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낮은 실질 소득과 높은 부동산 가격에 직면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청년들의 경제적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고용 시장은 열악하고, 높은 집값으로 인해 적절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수도 타이베이의 경우, 집값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많은 주택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세금 부담이 낮아 부동산 소유자들이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는 타오팡(狹窄房)이라 불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거 문제와 낮은 소득 수준은 정신 건강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청년들이 졸업 후 사회 진입 과정에서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대만 정부가 도입한 22K 정책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2009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대졸 신입 직원들의 초봉을 약 22,000 타이완 달러(약 88만 원)로 제한하는 인턴 프로그램으로, 많은 젊은 세대가 최저 임금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임금 인상 기회는 제한되었고, 이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었다. 또한, 대만의 가족 경영 중심 기업들은 의사 결정 구조가 불투명하고, 약한 노조와 경직된 기업 문화는 노동자의 협상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대만 경제의 저임금 구조는 노동소득 분배율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대만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41%로, 이는 선진국 평균인 7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노동소득 분배율이란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며, 이는 경제 성장의 과실이 기업이나 자본보다는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대만의 낮은 분배율은 경제 성장이 주로 기업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대다수 국민들이 그 혜택을 실질적으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대만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만 기업들은 더 이상 기존의 OEM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대만 경제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브랜드 파워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만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시사한다.

 

대만의 경우, 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고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소득 분배를 보장하는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한, 현재의 저임금 문제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제 성장의 과실을 국민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의 재편과 함께 노동 환경의 개선, 그리고 노조의 역할 강화를 포함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만의 낮은 임금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희망 상실은 대만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대만은 공정한 소득 분배와 더불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