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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외로움을 넘어선 인간관계의 진정성

넓어진 네트워크, 하지만 커져가는 외로움

집중과 연습, 관계를 깊게 만드는 기술

철학에서 배우는 우정의 정의와 실천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1/29 [09:12]

SNS 시대...외로움을 넘어선 인간관계의 진정성

넓어진 네트워크, 하지만 커져가는 외로움

집중과 연습, 관계를 깊게 만드는 기술

철학에서 배우는 우정의 정의와 실천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4/11/29 [09:12]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은 인간관계를 빠르게 확장시켰다. 사람들은 채팅방을 열어 놓고 동시에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대화 중간에 답하지 않거나 대화를 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 봤다’며 핑계를 대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렇게 넓어진 관계망 속에서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더욱 깊어지기까지 한다. 이는 진정한 관계와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예쁜 꽃을 본다고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저절로 깊은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관계란 지속적인 노력과 연습을 통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환경은 관계의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언제든지 답변하지 않거나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는 편리함이 오히려 관계의 깊이를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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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투브 화면 캡쳐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는 다르다. 매일 마주치는 친구, 동료, 가족과의 관계는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반복되는 만남과 일상 속에서 서로의 감정과 신뢰가 쌓여가며 관계는 무르익는다. 이는 우정이 단순히 멋진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감정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프롬은 현대사회에서 ‘가짜 애정’이 넘쳐난다고 지적한다. 어떤 사람들은 마조히스트처럼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은 오롯이 타인에게 달려 있다. 이는 대중 스타나 인기인에게 무조건적인 추종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대로, 사디스트처럼 타인에게 고통을 주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상처를 주는 관계에서는 진정한 애정과 우정을 얻을 수 없다.  

 

프롬에 따르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가능하게 한다. 홀로 설 줄 아는 사람은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랑과 우정이 끊이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인터넷 시대에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다. 인터넷은 인간관계를 넓히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관계의 깊이를 얕게 만든다. 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려다 보면 결국 어느 누구와도 진정한 교류를 이루지 못한다.  

 

우정을 깊게 쌓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온전히 마음을 기울이고 교감해야 비로소 애정이 싹틀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 환경은 이러한 집중력을 해친다. 조금이라도 지루함을 느끼면 클릭 한 번으로 다른 관심사로 넘어가 버리는 현대인의 습관은 관계의 깊이를 제한한다.  

 

플라톤의 대화록 '뤼시스'는 우정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 작품에서 소크라테스는 친구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친구가 무엇인지 모른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할수록 우정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있다.  

 

하지만 폭넓은 관계망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현실에서 깊이 있는 우정을 쌓는 방법은 무엇일까? 플라톤은 선한 사람들끼리만이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가 선하지 않다면, 관계는 불신과 해악으로 얼룩질 뿐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숙고하게 만든다.  

 

현대사회에서는 우정을 쌓을 기회조차 줄어들고 있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일이 적어지고, 온라인 메시지가 감정 표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정을 실천하고 깊게 만드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정의 본질을 고민하고, 관계를 깊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우정은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강하게 다지고, 상대에게 집중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이러한 관계 형성을 위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애정과 우정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결국, 우정을 쌓는 일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고, 상대와의 관계를 꾸준히 가꾸어 나가는 데서 비롯된다. 플라톤과 프롬의 물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는 여전히 진정한 우정을 찾고, 그것을 쌓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정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넓고 얕은 관계망 속에서도 진정한 우정을 찾고자 한다면, 자신의 내면을 다잡고, 상대와의 관계에 진심을 다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철학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실천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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