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성 신체의 경계를 넘다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다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의 새로운 가능성

도시와 거리에서 펼쳐지는 여성 신체의 퍼포먼스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1/28 [08:26]

성 신체의 경계를 넘다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다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의 새로운 가능성

도시와 거리에서 펼쳐지는 여성 신체의 퍼포먼스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4/11/28 [08:26]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전시는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신체와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독창적이고 강렬한 탐구를 보여준다.

 

1960년대 이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신체가 지닌 소통의 가능성과 접속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아시아 11개국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신체를 매개로 한 문화적 정체성의 재구성과 근대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여성주의적 관점을 사회적 맥락에서 제시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본문이미지

 

전시는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신체가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다양한 의미를 구현하고 확장하는 주체라는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 여성의 신체는 오랜 시간 동안 지배적인 문화적, 사회적 구조 속에서 타자화되거나 이분법적으로 고정된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이를 넘어 신체가 문화적, 정치적, 철학적 맥락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연결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탐구한다. 아시아라는 지리적, 역사적 배경은 이러한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아시아 여성들이 겪어온 근대적 모순과 억압 속에서 신체는 자율적이고 다층적인 주체로서 다시 태어나며, 이는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메시지로 자리한다.

 

전시의 여러 작품은 신체에 기입된 정체성과 문화적 타자성을 드러내고 이를 해체하며, 근대성의 논리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영숙 작가는 여성 신체에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과 성 권력 구조를 비판하며, 여성 문화 운동의 맥락에서 자신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그녀의 작품은 여성 신체를 둘러싼 다양한 의미를 드러내며, 단순히 억압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능동적 주체로서의 여성 이미지를 보여준다. 장파의 작품 역시 관객의 시각적 습관을 전복하며 신체를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재구성하여 여성을 둘러싼 본질주의적 사고를 넘어서는 시도를 보여준다. 특히 ‘여성형상 마마 연작’은 여성 신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기존의 사고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여성 신체와 섹슈얼리티의 복합적 경험을 탐구하는 작품들도 전시에 포함되어 있다. 섹슈얼리티는 여성 신체에 부여된 억압적 경계를 허물고 이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존재 가능성은 확장되며, 신체는 새로운 연대와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일본의 퍼포먼스 작가 이토탈이는 라텍스 소재의 의상을 활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신체가 단순히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담는 매개체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접근은 신체가 개인적 표현과 사회적 메시지를 모두 담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거리와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한 퍼포먼스 작업 또한 포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작가 아라 마이안은 국가가 여성의 생식적 역할을 억제하는 사회적 현실을 예술적으로 드러내며, 신체를 통해 억압의 구조를 시각화한다.

본문이미지

 

이러한 작업들은 도시 공간에서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만들어내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중요한 시도를 보여준다. 특히 아라야 라스잠리안숙은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인물들과의 철학적 대화를 통해 예술적 소통을 시도하며, 신체와 사회적 맥락 사이의 깊은 관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며 사회적, 철학적 논의를 확장한다.

 

여성 신체와 기술의 접목도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다. 사이보그적 신체성을 다룬 작품들은 인간 신체와 기술 간의 새로운 연대를 제시하며, 과거의 한계를 넘어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여성 신체를 사이버 공간에서 재구성하고 새로운 소통 방식을 탐구하는 작업들은 신체의 정체성을 더욱 확장하며, 기술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신체와 정체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선 포용적이고 융합적인 세계관을 제안한다.

 

전시의 결론부에서는 여성 신체를 둘러싼 이원론적 사고와 이분법적 구조를 넘어서기 위한 여성주의적 관점이 강조된다. 여성 신체는 이제 단순히 억압받는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주체로 자리 잡는다. 전시는 이를 통해 관객에게 여성 신체를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철학적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더 나아가 기존의 관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작품 하나하나가 지닌 깊은 철학적 메시지와 사회적 맥락을 직접 체험하며,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마주할 수 있다. 여성의 신체와 정체성을 다룬 이 전시는 단순히 시각적 경험을 넘어선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며, 전시장을 찾는 모두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