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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과 초경쟁 시대,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

불확실성 시대, 전략적 민첩성이 생존의 열쇠

시나리오 플래닝과 리얼 옵션 전략의 부상

창조적 혁신과 니치 리더로의 전환 필요성

하상기 기자 | 기사입력 2024/11/23 [10:58]

저성장과 초경쟁 시대,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

불확실성 시대, 전략적 민첩성이 생존의 열쇠

시나리오 플래닝과 리얼 옵션 전략의 부상

창조적 혁신과 니치 리더로의 전환 필요성

하상기 기자 | 입력 : 2024/11/23 [10:58]

1997년 외환위기와 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전환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핵심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저성장 기조와 글로벌 초경쟁,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경제 환경은 한국 기업들에게 다시 한번 거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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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외환위기와 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전환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핵심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여전히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성장 동력 역할을 해왔던 중국마저 급속한 경제 감속을 겪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 경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내수 소비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수출 감소와 내수 침체라는 복합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제조업 부활 노력, 중국 기업의 원가경쟁력 강화 등이 한국 기업들에게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하며, 이들은 기술력 기반 선진국 기업과 중국 기업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기존의 경영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전략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현금 유동성 확보, 재고 및 채권 관리 강화, 철저한 리스크 요인 파악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외환위기 당시 삼성이 진행했던 '회사 존폐 시나리오 워크숍'은 이러한 위기 관리의 좋은 사례로, 기업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은 저성장 시대에 필수적이다.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비주력·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자원을 재분배해야 한다.

삼성과 아모레퍼시픽은 이러한 사업 재조정의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삼성은 외환위기 당시 파워디바이스, 방산, 건설기계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전자사업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비핵심 사업을 분사하거나 계열 분리하여 확보한 자금을 화장품 사업 강화에 투자,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대우그룹처럼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버티다 그룹 전체가 무너진 사례도 있다.

 

비관련형 다각화와 수직적 계열화 역시 저성장 시대에는 한계를 드러낸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비관련형 다각화를 해체하고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왔다. 한국 기업들도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거나 정리하고, 주력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독일식 '히든 챔피언' 모델을 통해 주력 사업에 전문성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핵심역량 강화와 혁신,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쿠션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매출을 크게 늘린 아모레퍼시픽은 이러한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다.

 

저성장 환경에서는 내재가치가 우수하지만 일시적 위기를 겪는 기업을 인수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와 두산의 한국중공업 인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 진출 시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리얼 옵션적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신규 사업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가능성과 핵심역량의 이전 가능성을 중시하며, 글로벌 초경쟁 시대에서는 독자 진출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한 진출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사례는 이러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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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화와 원가우위, 혁신과 효율성, 글로벌 통합과 현지화 같은 상충되는 전략들을 조화롭게 실행해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원과 역량 확보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 내에서만 자원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글로벌 네트워크 상에서 R&C(Resource & Capability)를 강화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글로벌 초경쟁 상황에서는 기존의 단일 경쟁우위 전략을 넘어 복수의 경쟁우위를 동시에 추구하는 패러독스 경영이 필요하다. 차별화와 원가우위, 혁신과 효율성, 글로벌 통합과 현지화 같은 상충되는 전략들을 조화롭게 실행해야 한다.

 

토요타와 삼성전자, 애플 등은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의 성공 사례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와 공급망 관리, 생산기술 혁신 등을 통해 원가우위를 확보한 후, 학습조직과 품질 혁신을 통해 차별화를 달성했다. 특히, 글로벌 규모의 경제와 아웃소싱 체제를 활용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구축해왔다.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양손잡이 조직 구축과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도 고성장 시장은 여전히 존재하며, 아시아 신흥시장과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은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혁신적 전략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며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전략적 민첩성.... 불확실성 시대의 기업 생존 필수 전략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민첩성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기업들에게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 능력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고 장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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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생성된 모델(사진=픽사베이)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외부 환경상의 메가 트렌드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저성장 기조, 글로벌 초경쟁, 지식기반 네트워크 경제의 도래와 같은 변화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들은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실행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전략적 민첩성을 확보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전략적 사고와 기법이 요구된다. 불확실성은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으나, 경영자들은 종종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이는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불확실성이 낮다고 가정하고 모든 자원을 특정 전략에 집중 투자하거나, 반대로 불확실성이 높다고 간주해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극단적인 대응을 보이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실제로 직면한 불확실성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그러한 극단적 상황은 드물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단순히 나누어 접근하기보다는, 이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적합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선진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 전략 기법으로 시나리오 플래닝과 리얼 옵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단일한 미래를 예측해 대응하기보다, 다양한 가능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에 따른 전략적 대안과 비상 계획을 사전에 수립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환경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을 이해하고, 실제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점차 많은 선도 기업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략 수립에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리얼 옵션 전략은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미래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단계적 투자 전략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옵션 기법을 실물 투자에 적용한 것으로, 불확실성이 클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점에서 특히 유용하다.

 

전통적인 투자 의사 결정 방식인 현가 할인법은 특정 가정을 전제로 하나의 대안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지만, 리얼 옵션 접근법은 다수의 대안에 소규모로 투자해 각 대안을 면밀히 평가한 후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초기 투자 이후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을 조정하며, 최종적으로 높은 성공 가능성을 가진 대안에 집중 투자하는 체계적인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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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적 혁신이 필요한 시대(사진=픽사베이)    

 

2010년대 후반의 저성장 기조와 초경쟁 환경, 지식기반 네트워크 경제의 도래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빠른 추종자 전략이 전통 산업에서 경쟁을 심화시키며, 한국 기업들의 기존 전략이 많은 산업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을 넘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창조적 혁신을 통해 시장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과 벤처기업도 독일의 히든 챔피언처럼 특정 틈새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니치 리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 패러다임을수용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며, 미래 시나리오에 기반한 유연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단계적 투자 접근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전략적 민첩성을 확보한다면,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직각혁신이 답이다 중에서)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 하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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