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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도다리쑥국, 전통의 맛과 이야기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1/22 [08:24]

봄의 전령사 도다리쑥국, 전통의 맛과 이야기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4/11/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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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다리 쑥구(사진=만개의레시피)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단연 도다리쑥국이다. 한반도의 봄은 남해안, 특히 한려수도 중심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재료를 얻어 탄생한 도다리쑥국은 바다와 들판이 선사하는 봄의 전령사라 할 수 있다. 남해 바다에서 올라온 도다리와 겨울의 끝에서 새롭게 자라난 햇쑥이 만나 이루는 조화는 입맛을 돋우며 봄을 실감하게 한다.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미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전 세계적으로 약 520여 종의 가자미과 물고기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26종이 서식한다. 도다리는 광어와 함께 대표적인 가자미목 생선으로, 보통 '눈이 오른쪽에 몰려 있으면 도다리, 왼쪽이면 광어'로 구분한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도다리와 광어를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도다리는 다른 가자미류보다 몸이 마름모꼴로 넓으며, 이를 통해 구분할 수 있다. 도다리쑥국은 봄철에 특히 인기가 많은데, 산란 후 통영 앞바다로 돌아온 도다리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어 식감이 훌륭하다. 여기에 겨울을 지나면서 힘을 모아 땅에서 돋아난 햇쑥이 더해지면서 이른 봄의 향과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도다리쑥국의 매력은 단순히 맛에만 그치지 않는다. 옛날부터 가자미류 생선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 생선이었다. 도다리를 포함한 가자미류는 남해안 도다리쑥국뿐만 아니라 강원도와 함경도의 가자미식해, 경상도의 가자미미역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어 우리 식탁에 자주 올랐다. 심지어 옛날에는 한반도를 '가자미 땅'이라는 뜻으로 '접역(鰈域)'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자미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조선 초기 세조는 외교 문서에서 한반도를 접역이라 표현했으며, 정조 역시 이를 자랑스럽게 언급했다.

 

가자미를 향한 옛사람들의 사랑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가자미의 독특한 생김새, 즉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가자미가 혼자서는 헤엄치기 어려운 생선이라고 믿었고,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어 짝과 함께 헤엄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믿음은 가자미를 화합과 협동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부부의 사랑에 비유하기도 했다. 도다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사랑받아 왔으며, 특히 봄철에 도다리쑥국을 함께 나누어 먹으면 부부간의 애정과 정이 더욱 깊어진다고 믿었다.

도다리쑥국의 또 다른 중요한 재료인 쑥 역시 보통 식물이 아니다. 단군 신화에 따르면 웅녀는 쑥을 먹고 곰에서 인간이 되었고, 이를 통해 쑥은 생명력과 다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쑥은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건강을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다.

 

속담에 '애쑥국에 산골 처자 속살 찐다'는 말이 있듯, 쑥은 봄철에 건강을 북돋아 주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여성이 성년식을 치를 때 쑥 연기를 쐬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쑥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도다리와 쑥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도다리쑥국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봄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이 음식을 먹으며 옛사람들이 느꼈던 화합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고, 봄철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음식이라 할 만하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는 입맛을 돋우는 맛뿐만 아니라 봄의 생명력, 조화와 협동의 정신, 그리고 전통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맛과 함께 삶의 풍요로움까지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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