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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비밀..제2의 뇌?

장내 세균의 균형이 우리 감정과 행동을 좌우하다
대변 이식과 유익균: 정신 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장과 뇌의 연결성, 그리고 장 호흡이 여는 의료 혁신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4/11/21 [08:09]

장의비밀..제2의 뇌?

장내 세균의 균형이 우리 감정과 행동을 좌우하다
대변 이식과 유익균: 정신 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장과 뇌의 연결성, 그리고 장 호흡이 여는 의료 혁신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4/11/21 [08:09]

인간의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의 몸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0조에서 100조 개의 장내 세균이 존재한다. 이 수치는 세균이 인간 세포보다 10배 이상 많음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가 세균과 밀접하게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라, ‘제 2의 뇌’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의 연구는 장내 세균이 우리의 감정과 동기부여, 나아가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지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장내 환경을 조절하는 것은 단순히 소화기 건강을 넘어 전반적인 웰빙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유전자 100% 동일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장내 세균의 역할을 극명히 보여준다. 장내 유익균이 많은 쥐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 활발한 행동과 동기부여를 보였지만, 유해균이 많은 쥐는 활동성이 떨어지고 우울감을 보였다.

 

이는 유익균이 음식물을 가공해 생성한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중간 대사 물질이 동기부여와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반대로, 유해균은 염증을 일으키고 우울감을 유발하며 장내 환경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항생제로 유익균을 제거한 무균 쥐는 활동성이 저하되었고, 유익균을 다시 주입했을 때 활기를 되찾았다. 이는 장내 세균이 정신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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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사진=픽사베이    

 

 

특히 대변 이식(FMT)이라는 혁신적인 치료법은 장내 환경을 변화시켜 정신 질환을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 사례로, 양극성 장애를 앓던 한 여성이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으나, 건강한 남편의 대변을 이식받고 정신적 회복을 경험했다는 보고가 있다.

 

 

대변 이식은 장내 유익균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우울증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 FDA는 대변 정제 약물을 승인하여, 유익균 제공을 통해 심각한 유해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내 유익균이 풍부한 대변을 판매하는 대변 은행이 등장했으며, 이를 통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장과 뇌의 연결성 또한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동기부여와 감정은 뇌뿐 아니라 장에서도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가공식품이나 단 음식을 섭취하면 장내 유해균이 증식해 기분이나 컨디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은 장의 소화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장과 뇌가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장 건강을 개선함으로써 정신 건강도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정신적 웰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장 호흡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이그노벨 생리의학상에서 미꾸라지가 장을 통해 공기를 흡수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으며, 이를 통해 포유류에서도 장을 통한 호흡이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문에 산소를 주입하자 대조군보다 50분 이상 생존 시간이 연장되었고, 이는 장이 단순한 소화 기관 이상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과 비슷한 장기를 가진 돼지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 인간도 장 호흡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장에 산소가 녹아 있는 액체를 주입했을 때 정상적으로 숨을 쉬며 생존하는 모습을 보인 쥐의 사례는 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발견이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학문적인 호기심을 넘어 실질적인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장 호흡이 대안적인 치료법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며 폐 기능이 약화된 사람들에게 장 호흡은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장이 소화 기능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 의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결론적으로, 장은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장내 세균은 우리의 몸과 정신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 관리의 핵심 요소다. 또한 장의 새로운 기능들이 밝혀짐에 따라, 이는 의료 및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유익균의 수를 증가시키는 노력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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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월간 기후변화 기자
내외신문 전북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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