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이는 군주, 세종의 통치 철학"먼저 말하지 말고 먼저 들어라" - 세종이 배운 경청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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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대왕 경청의 리더쉽 |
세종은 인생을 살아가며 이보다 큰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그의 많은 독서와 사색도 결국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만약 독서와 지식이 남의 말을 듣는 데 활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세종은 믿었다.
실제로 그의 군주 생활은 경청, 판단, 선택의 연속이었다. 신하들과 백성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고 싶어 했고, 그가 이를 들어줄 것을 바랐다. 이를 위해 세종은 심성 훈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끈기를 유지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태도를 고수했다.
세종은 임금으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단순히 귀로 듣는 것 이상을 요구했다. 그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듣고, 그 말 속에 담긴 진의와 의도를 파악하며, 말로 표현되지 못한 마음의 깊은 곳까지 헤아리려 노력했다.
이러한 경청의 자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인간적인 수양과 지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먼저 말하지 말고 먼저 들으라"는 가르침을 받았으며, 이는 그의 정치와 통치 방식에 깊이 뿌리내렸다.
세종은 성격적으로 온화하고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지만, 그가 감정을 억누르며 경청했던 사례는 그를 더욱 위대한 지도자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최만리 등 여러 신하들의 반대와 비판에 직면했을 때도, 세종은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분노를 표출했던 일이 기록에 남아 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논리적으로 대응하며 신하들의 의견을 조율했다.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그의 지시와 의도를 더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세종은 단순히 경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보여주었다. 신하들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일이 많았지만, 세종이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절반 이상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하들은 세종 앞에서 "폐하, 이 이야기를 고하지 못해 며칠 밤을 지새웠습니다"라고 말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세종은 그들의 진의를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며,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궁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궁녀는 세종에게 "외로운 궁궐생활에서 폐하께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며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세종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였다. 이는 궁녀와 임금이라는 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사랑을 의미했다.
세종은 경청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을 다스렸다. 그의 경청은 단순히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신하와 백성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었다.
그는 강자가 약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 원칙을 몸소 실천하며,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이로 인해 조선의 백성들은 세종을 신뢰했고, 그의 통치는 안정되고 평화로웠다.
세종의 경청은 단순한 개인적 덕목을 넘어, 조선이라는 국가를 이끄는 중요한 통치 기술이었다. 그는 경청을 통해 백성들과 신하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조선의 정치와 사회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오늘날에도 그의 이러한 태도는 지도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로 평가된다. 경청의 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그의 방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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