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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설득하라... 스토리텔링의 힘

복잡함을 배제하고 핵심만 남기기

호기심을 자극하여 관심 끌기

행동으로 이끄는 구체적 메시지의 중요성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4/11/17 [05:50]

이야기로 설득하라... 스토리텔링의 힘

복잡함을 배제하고 핵심만 남기기

호기심을 자극하여 관심 끌기

행동으로 이끄는 구체적 메시지의 중요성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4/11/17 [05:50]

비벌리힘스 고등학교 케네스 교장은 다음 주 목요일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전 교직원 워크숍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팁을 제공하는 경영 컨설턴트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이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목요일 학교 수업 없음”이라는 한 문장으로 리드(lead)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독자들의 주의를 끌고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단순한 문장 속에서도 핵심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시지의 단순화는 중요한 설득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단순할수록 기억에 남을 확률은 높아진다. 법정에서 수많은 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가장 강력한 한 가지 이유를 제시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면 초점이 흐려지고,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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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메시지를 간결하게 구성하고, 전달하려는 바를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 설득의 핵심이다. 이를 군사 전략에 빗대어 보면, 미국 군대는 “오늘 밤까지 이 지역을 점령하라” 같은 명확한 지휘관의 의도를 강조한다. 세부적인 계획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지만, 목표가 명확하면 작전의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설득의 기본은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식적인 접근은 흥미를 떨어뜨리기 쉽다. 예컨대, 미국 50개 주의 수도 중 17개를 알고 있는 사람과 47개를 알고 있는 사람 중 누가 나머지 수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까? 47개를 알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람들의 지식에 공백이 있을 때 호기심이 자극된다는 원리를 보여준다. 이와 유사하게, 십자풀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욕구가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따라서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관심을 유발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설득의 다음 단계는 상대방이 논리적으로 내 주장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화를 내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집착하며 변화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차분한 상태에서 논리를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설득의 사례로, 루브르 궁을 지키던 스위스 용병들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그들이 목숨을 바친 이유는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자존심과 명예였다. 용병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점은, 사람들을 설득할 때 물질적 이익보다 정서적, 도덕적 가치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결국 설득의 마지막 단계는 상대방이 행동으로 옮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도구로 작용한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를 통해 상대방이 해야 할 일을 시뮬레이션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평등을 추구하자” 같은 추상적인 구호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점심을 제공하자” 같은 구체적인 표현은 오해의 여지를 줄이고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이솝 우화에서 여우와 신 포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신맛 나는 포도, 높은 덩굴 등 구체적인 이미지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수사학은 상대방을 설득하고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오래된 기술이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수사학은 필수적이다. 권력을 통해 강제할 수 있는 왕정과 달리, 민주주의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에서 키케로는 최고의 수사학자로 평가받았지만, 그의 화려한 말재주는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었다. 로마가 몰락하기 직전, 소피스트들의 말장난이 성행했던 것처럼, 수사학은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수사학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사회는 본질을 잃고 화려한 말재주에 휘둘릴 위험이 있다. 조선 말기의 논쟁가들이 이를 보여준다. 화려한 언변은 설득력을 가지지만, 그 속에 진정성이 없을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설득의 기술을 사용할 때는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학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 사용되어야 하며, 본질을 왜곡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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