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세계 곳곳의 미식가들이 극찬하는 요리는 많지만, 오늘 소개할 음식은 특별한 역사를 가진 '누룽지'다. 단순한 밥의 탄 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룽지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진정한 별미로 자리잡았다. 청나라 황제조차 누룽지를 “천하제일의 음식”이라고 칭송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누룽지가 처음 ‘천하제일의 음식’으로 불리게 된 이야기는 청나라 건륭제로부터 시작된다. 전성기의 황제였던 건륭제는 한때 신분을 숨기고 장쑤성 쑤저우 지역을 시찰한 적이 있다. 식사를 할 장소가 없었던 황제는 인근 농가를 방문해 한 끼 식사를 청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이미 밥을 다 먹은 상태라 내어줄 밥이 없어 난처해했다. 다만 남아 있는 것이 누룽지와 간단한 채소 국이었다. 황제는 누룽지에 국물을 부어 먹었는데, 그 고소한 냄새와 구수한 맛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건륭제는 “천하제일의 요리”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누룽지는 이렇게 황제의 칭송을 받으며 고급 요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누룽지 요리가 발전한 것은 청나라 시기였다. 당시 학자 원매는 자신의 저서인 《수원식단》에서 “종이처럼 얇은 누룽지를 기름에 구워 흰 설탕을 뿌려 먹으면 맛이 뛰어나다”고 기록했는데, 이는 누룽지가 고급 요리로 격상된 것을 보여준다. 이후 중국에서는 누룽지가 단순히 밥의 찌꺼기가 아니라 별미로, 때로는 고급 요리의 재료로까지 활용되었다.
누룽지는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는 ‘귀바오’라고 불리는 누룽지 요리가 있고, 일본에는 ‘오코게’라는 이름의 누룽지 음식이 있다. 베트남에도 ‘꼼짜이’라고 불리는 누룽지 요리가 있으며, 각각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누룽지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별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누룽지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파에야’를 조리할 때 바닥에 형성되는 누룽지 ‘소카라트’가 바로 그것이다.
스페인의 소카라트는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한 파에야 전문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소카라트를 즐길 수 있도록 일부러 밥을 눌러가며 요리를 한다. 이 식당은 큰 인기를 끌며, 뉴요커들 사이에서 소카라트를 맛보기 위해 예약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파에야의 누룽지를 “소카라트라는 누룽지의 향긋함과 바삭한 맛이 조화를 이룬 최고의 별미”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기자는 뉴욕을 방문했을 때 이 식당에서 소카라트를 맛본 적이 있다. 미국 한복판에서, 그것도 스페인 요리인 파에야로 만든 누룽지를 맛본다는 독특한 경험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물론 맛 자체는 한국의 전골이나 삼겹살을 먹은 후 볶음밥으로 만들어진 누룽지보다 부족했지만, 서양인들이 이토록 누룽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도 누룽지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이다. 예전에는 누룽지를 숭늉으로 만들어 먹거나 간단한 간식으로 즐겼으며, 먼 길을 떠날 때 비상식량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오히려 양식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누룽지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스레 밥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누룽지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별미로 자리잡았고, 과거의 군것질거리에서 벗어나 고급 요리로 대접받고 있다.
누룽지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중국의 누룽지탕은 전 세계에 알려져 있으며, 베트남의 꼼짜이는 값비싼 고급 요리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오코게 역시 일본 특유의 조리법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다양한 누룽지 요리가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 무대에서 ‘천하제일의 요리’로 불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세계의 다양한 요리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는 지금, 한국 누룽지가 최고의 요리로 인정받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