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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지도자 vs 성숙한 사회...대중의 선택은

위기의 순간, 독재와 민주주의의 유혹
행동공학과 권위: 사람을 통제하는 방법
히틀러와 스키너가 던진 질문: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인가?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4/11/02 [15:12]

강력한 지도자 vs 성숙한 사회...대중의 선택은

위기의 순간, 독재와 민주주의의 유혹
행동공학과 권위: 사람을 통제하는 방법
히틀러와 스키너가 던진 질문: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인가?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4/11/02 [15:12]

독일 국민들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암울한 경제 상황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직면하며 큰 고통을 겪었다. 이 시기에 독일 사회는 방향을 잃었고, 좌절한 국민들 앞에 히틀러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그는 유대인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며, 고통의 원인을 명확히 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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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이 많든 수용소 유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히틀러 수백만이 이수용소에서 죽어갔다(사진=픽사베이)    

 

히틀러는 국민에게 자신을 따르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이는 독일 사회가 극우 성향의 파시즘으로 빠져들게 한 계기가 되었다.

 

슈테판 마르크스는 히틀러의 대중 조종 기술을 분석하며 ‘히치콕의 함정’을 언급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만을 보려고 하는 경향은 다른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만든다. 나치 시절 독일 국민들은 경제적 번영과 국가의 재건에 취해 있었고, 이에 도취된 채 유대인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외면했다.

 

마르크스는 독일인들이 이 시기를 ‘새로운 시대’로 기억하며 자신이 그 시대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지적한다. 이는 개인의 자아를 국가와 동일시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독일인들이 히틀러에 대해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원동력이 되었다.

 

히틀러는 조직 관리를 통해 국민 개개인을 엘리트로 인식하게 만들며, 그들 개개인이 나치 체제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이를 위해 히틀러 소년단과 청년단 같은 단체는 철저한 서열 구조와 평가 시스템을 갖추어 아이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 독일인 다수는 히틀러와 나치 체제에 강한 소속감을 느끼며 이를 지지하게 되었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독일인들의 맹목적인 충성을 알코올 중독과 비유하며, 고통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히틀러라는 ‘알코올’에 의지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독일과 국민에게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했고, 아직까지도 그 죄값을 감당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겪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이러한 지도자의 등장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회적 과정 속에서 성숙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이다.

 

민주주의는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이상화된 과거가 아닌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독재는 즉각적 해결을 제공하는 듯 보이나, 사회 전체의 다양성을 억압하고, 문제를 감추기 쉽다. 이에 비해 민주주의는 당장의 만족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성숙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독재 체제와는 달리 민주주의에는 열광적 도취와 같은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고통스러운 순간에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며,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사회를 성숙하게 한다.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를 향한 맹목적인 추종은 결국 개인과 사회를 파멸로 이끌 뿐이다. 민주주의가 도취감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성숙한 사회는 각자가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한편, 행동주의 심리학자 B.F. 스키너는 ‘행동공학’을 통해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길들이고, 이로써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소설 '월든 투'는 행동주의의 이상을 담고 있으며, 이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하루 네 시간만 일하고도 성실하고 정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훈련받는다. 월든 투에서는 경쟁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행동공학을 통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사회의 필요에 맞춰 행동하며, 이는 스키너가 추구한 '따뜻한 독재'의 모습을 띠고 있다.

 

스키너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벌보다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긍정적 강화를 통해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방식은 사람을 독재적으로 통제하는 것과는 다른 면이 있지만, 행동공학의 틀 속에서 사람을 훈련시키는 방식은 스키너가 말하는 ‘따뜻한 독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회는 낙오자가 없으며, 모두가 사회의 필요에 맞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지만, 자유로운 사고와 의견이 억제되고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규칙 아래 살아가는 측면에서 독재적 요소를 내포한다.

 

행동주의의 또 다른 예로는 대니얼 코일의 '탤런트 코드'가 있다. 코일은 성공한 운동선수와 음악가들이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1만 시간의 노력’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닌 ‘계획된 노력’일 때만 의미가 있다. 반복된 훈련을 통해 뇌는 특정한 행동 패턴을 자동화하며, 이 과정에서 신경망이 새로운 패턴을 학습하게 된다. 이는 행동공학의 관점과 비슷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능력은 체계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

 

코일과 스키너의 연구는 일정한 지도와 훈련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자유로운 사고보다는 훈련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인간의 성장을 이끌어가며, 그 과정에서 독재적 요소가 나타난다.

 

대니얼 코일이 말하는 ‘마스터 코치’는 학생의 결점을 냉정히 파악하고 이를 교정해 주며, 학생이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시한다. 이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경계에 서 있는 방식으로, 자유보다는 규율을 중시하며, 지도자의 강한 통제 아래 이루어진다.

 

두 책을 통해 독재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독재는 강력한 지도자의 명확한 지시와 통제 속에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이나, 각자의 목소리와 의견이 억압된다.

 

반면 민주주의는 각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며, 때로는 느리고 불편할지라도 이를 통해 사회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스키너는 ‘따뜻한 독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자유와 다양성을 억압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요구가 커질 때일수록,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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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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