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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산 시인의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 출간"

생명과 사랑으로 내고 달아 맺고 푸는 신명의 노래

강민숙 | 기사입력 2024/10/26 [21:02]

"안용산 시인의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 출간"

생명과 사랑으로 내고 달아 맺고 푸는 신명의 노래

강민숙 | 입력 : 2024/10/26 [21:02]

 

 



 

 안용산 시인의 시집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출간

 

 "생명과 사랑으로 내고 달아 맺고 푸는 신명의 노래"

 

 

 안용산 시인의 시집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안용산 시인이 1986좌도시1994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펴내는 여덟 번째 시집이다. 그의 시편은 삶의 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그 변화를 통해 새로운 힘을 꿈꾸게 한다. 돌과 바위 등 숨겨진 존재가 만드는 여울과 온몸으로 풍물을 치는 사람의 돌무와 어떻게 살고 있느냐 소식 묻는 바람의 힘이 있다. 그 새로운 힘을 그는 신명이라 하고 그 변화를 신명곡선의 시편으로 그려내고 있다.

 

금강/여울을 찾는다//산과 산 사이 폭이 좁아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곳이다/흔히 그렇게 말한다/아니다/드러나지 않고 속으로 숨은 돌들이 물과 부딪쳐 서로/물살이 되어 물고기를 부르고 사람을 부르는 그런/탯자리였다/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더욱/서로를 살리는 세상//네가 바로/여울이다

—「네가 바로 여울이다전문

 

여울은 숨어 있는 돌과 드러난 물이 저 혼자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있게 하고 서로 부딪쳐 물살을 이루고 물살을 통해 물고기 등 여러 생명을 있게 한다. 그래서 여울은 따로따로이면서 한 몸이다. 서로에게 이면서 동시에 인 존재로,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서로를 죽이지 않고 살리는 생명 그 자체인 것이다.

 

떠날 사람 다 떠난/마을이다//언제 찾아올지 몰라/그 모르는 것 때문에/너는/쓸쓸하지 않았다//까치밥이다

—「너는 쓸쓸하지 않았다전문

 

구름 한 점 없이 가물었다/자귀꽃 피자 구름처럼 몰려와/비 그칠 줄 모르고/장마가 든다/한번 진 장마/쉬이 그치지 않았다/잊었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몸속에 박힌/상처였다//이제 늘 몇십 년만이라고 말해야 하는 폭우처럼/부딪치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바람이다

―「꽃그늘전문

 

지구 환경의 변화로 코로나19와 같은 역병이 전 지구적으로 혼란을 일으켰다. 폭우와 폭염이 계절 없이 이어지고 신종 바이러스는 줄줄이 이어져 출몰하는 시대, 삶의 방식과 사고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쉽사리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편리함과 자본을 좇아 도시로 도시로의 집중은 가속화되고 떠날 사람 다 떠난농촌 마을은 소멸 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꾸며 그 근간이 되는 서로의 믿음마저 사라지게 했다.

 

애태우는 것들 모여/하나하나 부르며 타오르는/섣달그믐 매굿 모닥불이다//돌무가 돈다 돌아라/고비 고비 한 고비 넘기려 돌무가 돈다/그려 앉아 있지 못하는 구경꾼들 덩달아/내고 달아 신명이 돈다/그렇게 돌고 돌다 보면 끝내/판이 판을 부르며 고비를 넘는다/고비 고비 넘어 타오르던 모닥불도/맺어야 하는 그때가 온다//풀어야 할/기다림/하얀 재로 타고 있다

—「모닥불전문

 

농촌 공동체 마을의 풍경이 따듯하게 다가오는 시편이다. 매굿을 치는 날이면 마을 전체가 모여 서로 좋지 않은 일들은 잊고 새해에는 부디 앞동산 뒷동산 새잎 돋아 오르듯 좋은 일들만 있기를 빌면서 모닥불을 놓는다. “애태우는 것들 모여/하나하나 부르며 타오르는/섣달그믐 매굿 모닥불과 함께 시작된 판굿이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탈복굿이라 하여 그 자리에 있는 치배와 구경꾼이 모두 연기뿐인 모닥불을 넘으면서 매굿을 마치게 되는데 풀어야 할/기다림은 합장하듯 고요하다.

신명이 살아나면 없는 것도 마치 있는 것처럼 온몸으로 흥을 주체할 수 없다. 우리의 자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김없이 돌아가고 돌아오는 변화의 힘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근본으로 삼게 했다. 안용산 시인은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에서 우주 원리와 자연의 변화에 몸을 싣고 풍물을 치는 사람이 되어 봄에 내고, 여름에 달아, 가을에 맺으면서 융합적으로 전환하여 겨울로 풀어내고있다

 

 


          안용산 시인

안용산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1986좌도시1994실천문학을 통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메나리 아리랑, 잡색의 노래, 돌무야 놀자, 바람으로 노닐다, 콩꽃 피다,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피어나라, 나비야가 있으며 한남문인상, 풀꽃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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