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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나무올림픽’을 빛낸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신축 건물 대신 기존 건물 최대한 활용 
온실가스 발생량 많은 쇠와 시멘트 줄이고 탄소저장체인 목재로 경기장 지어
‘탄소중립’의 구체적 성과 측정 어렵지만 가장 성공적인 ‘친환경 올림픽’ 평가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4/09/09 [07:45]

‘탄소중립 나무올림픽’을 빛낸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신축 건물 대신 기존 건물 최대한 활용 
온실가스 발생량 많은 쇠와 시멘트 줄이고 탄소저장체인 목재로 경기장 지어
‘탄소중립’의 구체적 성과 측정 어렵지만 가장 성공적인 ‘친환경 올림픽’ 평가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4/09/09 [07:45]

올여름 프랑스 수도 파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는 스포츠 경기적인 측면 외에 또 다른 한편에서 세계인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모은 분야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방안의 하나로서 탄소중립 나무올림픽이라는 기후행동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아주 멋지게 수행하여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철골(鐵骨) 건조물의 위용(偉容)을 마음껏 자랑하는 에펠탑의 도시파리에서는 2024년 여름 목골(木骨)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한껏 뽐내는 탄소중립 나무올림픽이 세계인들의 특별한 관심 속에 성황리에 전개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1889년 세워진 이래 에펠탑은 135년 동안 프랑스 수도 파리의 상징이자 철골 건조물의 세계적 상징으로 군림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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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올림픽과 패럴림픽 수영 경기가 연달아 벌어진 파리 아쿠아티크수영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파리시가 공동으로 추진한 ‘탄소중립 나무올림픽’의 상징적인 목조건물이다. ‘프랑스 숲 2024’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골조와 지붕 및 내외장재 등 가능한 모든 범위의 건축 자재를 목재로 충당했다. 특히 자국산 목재를 절반가량이나 사용했다. 우아한 지붕 곡선과 수려한 모습의 벽면 외관을 자랑한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 위기론이 갈수록 들끓고 있는 가운데 파리는 이번 여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치르면서 기후변화 위기의 새로운 돌파구로 철근콘크리트 건축물 대신에 나무 건축물이라는 매우 참신한 타개책을 제시하였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등의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시키는 철근콘크리트 건축물 대신에 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나무를 활용하여 올림픽 경기장과 행사장 등을 지은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나무 건축물은 그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제대로 인정받아 새롭게 파리의 상징으로 등장하면서 기후변화위기시대의 참신한 히트작으로 세계적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726일부터 811일까지 33회 파리올림픽206개국 10,5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32개 종목 329개 경기가 성대히 치러졌다. 그리고 828일부터 98일까지는 17회 파리패럴림픽184개국 4,4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여 22개 종목 549개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림픽은 그야말로 인류 최대 최고의 잔치 마당이다. 국제 신체장애인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패럴림픽(Paralympics)1960년 로마올림픽대회 직후부터 4년에 한 번씩 올림픽 개최지에서 잇따라 열려 신체장애인과 일반인 화합의 한마당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지구촌 구석구석에 뜨거운 감동과 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이후 128년에 이르는 올림픽 역사에서 이번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매우 독특한 양상이 전 세계에 강렬하게 전파되었다. 그것은 바로 탄소중립 나무올림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다. 그동안 스포츠 정신을 통한 인류의 발전과 화합 등 거시적이고 표상적인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웠던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드디어 인류 최대의 당면과제인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여러 과제 중의 하나로 탄소중립 올림픽을 구체적인 실천과제 즉,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것이다. 그리고 탄소중립 올림픽의 더 실질적인 세부 항목이 바로 나무올림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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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스’는 유럽 가문비나무의 원목과 집성목을 골재와 내외장재로 사용하여 지은 목조건물이다. 철골구조물과 목조건축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내 ‘탄소중립 나무올림픽’의 아젠다를 널리 표방한다는 뜻에서 에펠탑 바로 아래 광장에 세워졌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면 에펠탑 광장의 공간을 본래대로 되살리기 위해 해체되고, 나무 자재는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이대로 가다가는 어쩌면, 언젠가는 인류의 절멸을 초래할지도 모를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은 곧 지구온난화이고, 지구온난화는 거의 절대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및 메탄가스(CH4) 등 온실가스에 의해 촉발된다는 점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C)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 궁극적으로 지구 대기 중에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포집량)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 곧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 운동이다.

 

이 탄소중립의 여러 실천 분야 중에서 파리올림픽이 가장 중점 추진 사항으로 꼽은 분야는 목재(木材), 곧 나무의 적극 활용 방안이다. 나무는 대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여 자신의 몸속에 수십, 수백 년 저장해 놓는다. 그리고 베어낸 것보다 더 많이 심으면 더 많은 탄소를 흡수(포집)한다. 게다가 나무는 제대로 활용한다면 쇠(철골)나 시멘트 등 제조 과정에 탄소 배출량이 매우 많은 건축자재보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 파리올림픽의 탄소중립캐치프레이즈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매우 아이로니컬하게도 124년 전인 1900년 제2회 파리올림픽이 철골구조물 즉 에펠탑의 위용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들에게 한껏 자랑하였다면, 이번 제33회 파리올림픽은 나무로 이루어진 목골(木骨)구조물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가히 세계인들이 경탄하고 칭찬할 만한 수준이다. 올림픽 현장 여기저기에서 나무, 나무, 나무얘기가 흘러 다닌다. 1889년에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세워진 에펠탑은 당시의 기술로는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 300m의 높이를 달성하여 미국 뉴욕에 크라이슬러 빌딩이 완공된 1930년까지 세계 최고층 건조물의 위용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이제 21세기 기후위기 시대에 즈음하여 철골구조물을 대신하는 목재구조물로 파리의 또 다른 상징물을 추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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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파리올림픽은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이래 128년 만에 처음으로 주경기장 밖에서 개회식을 진행한 올림픽이 되었다. 파리올림픽은 ‘친환경 올림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신축 건물을 최대한 줄이면서 기존 건물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는데, 에펠탑 아래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센강의 강줄기와 양쪽 강둑에서 개회식을 치른 것도 그런 취지의 하나이다. 다만 개회식 당시에 비가 내려 관중과 진행요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개회식은 어느 정도 스타일을 구겼다. 그림은 개회식 개념도.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쇠와 시멘트 대신에 나무라는 파리 나무올림픽의 성공 사례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올림픽에서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기후변화위기 대응 정책적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의 한쪽 돌파구가 뚜렷하게 마련된 셈이다. 그렇다면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과연 어떻게 실질적인 나무올림픽을 수행하였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이번 파리 나무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프랑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의제가 딱 맞아떨어졌다. IOC는 앞으로 모든 올림픽에 친환경 의제를 도입하기로 설정하고 파리올림픽을 그 첫 시험 무대로 삼아 프랑스 측과 긴밀히 협조했다. 프랑스 역시 이번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France Bois 2024’(프랑스 숲 2024)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가급적 목재 사용처와 사용량을 확대하고 자국 목재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목표를 명시했다. 그 이전에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환경법과 ‘RE 2020’(환경규제 2020) 등의 법령을 통해 건물 신축 시 목재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왔다. 프랑스는 자국 목재를 건물 신축에 사용하고, 나무를 베고 난 뒤 어린나무를 심어 대체하면 탄소중립 기후행동을 실천한 것으로 간주하여 목재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러 경기장과 행사장 가운데 대표적으로 수영경기장인 파리아쿠아틱센터는 골조와 지붕, 내장과 외장 등 가능한 범위에서 거의 모든 재료를 목재로 충당했으며, 블록 장난감 레고처럼 조립식 방식을 활용하여 외관의 미를 살렸다. 내부도 눈에 보이는 구조는 대부분 목재로 만들었다. 5000넓이에 5000명을 동시 수용하는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전체 목재 중 40%가량을 프랑스 국내에서 조달해 자국 목재 50% 이상이라는 목표치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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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기간에 14,000여 명, 패럴림픽 기간에 8,000여 명의 선수단이 묶었던 올림픽선수촌. 목재와 저탄소 철강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건축시스템을 적용하여 8층 이하의 건물은 목조구조물로, 그 이상의 건물은 철골구조물로 지었다. 올림픽 이후에는 사회복지주택으로 활용되어 나무 건물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오래도록 널리 자랑하게 된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철골구조물의 상징 에펠탑 근처에 세워진 목재 레슬링 경기장 샹 드 마르스 아레나는 유럽 가문비나무를 사용한 대규모 집성목 구조로 만들어졌다. 국제산림인증연합프로그램(PEFC)에서 인증된 유럽 가문비나무 1500분량을 사용한 대규모 구조물이다. 나무를 조각조각 잘라 만들어 다시 접착제를 이용해 접합체로 만든 집성목은 원목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능을 대신하여 효과적인 건축물을 만들었다. 건축물의 주요 부분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으로 건축하여 올림픽이 끝나면 해체하고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올림픽선수촌은 목재와 저탄소 철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건축시스템을 적용했다. 지상 8층까지의 건물은 나무와 유리로 지었고, 다만 9층 이상의 건물에만 철골로 건축물을 지지했다. 6천 가구 규모의 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나면 사회복지주택으로 활용되어 나무 건물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자랑할 예정이다.

 

이 같은 목조 건축물 신축을 통한 탄소중립 기후행동의 모범적 사례를 보인 것과는 별개로 개막식 행사에서의 탄소 발자국50% 줄인다는 목표로 개막식도 파리 시내를 흐르는 센강의 강줄기와 강둑에서 개최했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진행할 때 발생할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줄인다는 취지였다. 다만, 개막식 행사 당시 비가 내리면서 행사 요원과 관중들 모두 불편을 겼어 당초 기대했던 효과는 많이 줄어들었다.

 

프랑스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지속적으로 친환경 올림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경기장을 새로 짓는 대신에 가급적 파리 시내 관광 명소와 전시장, 공공 체육 시설 등을 이리저리 손보아 경기장으로 사용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에서 사용된 경기장의 약 95%는 기존 건물 혹은 임시 건물이라며 선수촌 등 어쩔 수 없이 새로 짓는 건물에는 온실가스 발생 요인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가 신규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한 이유는 콘크리트와 철강의 제조, 건설장비의 운용 등 일련의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궁극적으로 탄소 발생량을 2012년 런던올림픽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었다. 궁극적으로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의 균형을 맞추는 탄소중립 올림픽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측정할 수은 없지만, 2024년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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