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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사] 장애인 실종되면 미국 경찰은 이렇게 한다

강샘 | 기사입력 2010/10/23 [21:21]

[전기사] 장애인 실종되면 미국 경찰은 이렇게 한다

강샘 | 입력 : 2010/10/23 [21:21]

엄마와 아들. 누가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김진희(전도사)씨와 바울은 세상 어느 모자보다 정이 깊다. 바울은 다운 신드롬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장애는 모자간에 짐이 되기 보다는 사랑을 더욱 짙게 만드는 질긴 끈이다.
하늘같은 바울 아빠가 어린 아이들을 두고 하늘 나라로 간 후 영주권 없는 이민 생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그 피가 마르는 삶의 구석구석을 지나오는 데 바울은 누구도 주지 못하는 위로를 주고 평안을 주었다.

그 맑은 바울의 미소를 끝까지 지켜주기 위한 엄마의 사랑 또한 남다르다. 조금이라도 더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많이 데리고 다니고 조금이라도 더 알게 하기 위해 말을 가르치고 음악을 가르친다.

그녀의 사랑은 아들에게서만 그치지 않았다.?복지홈에서 다른 장애 아동들을 돌보고 있고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장애아 부모들을 천리를 멀다 않고 찾아가 위로를 주곤한다.
이제 그 모진 어려움에서 다소 비켜서 장애인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사이 가끔씩 바울이 훌쩍 자취를 감춰 엄마를 기절하도록 놀라게 하곤한다.

일곱 번,
뜻 모를 그 가출들이 엄마의 가슴 한 점씩 뭉턱 뭉턱 에어냈지만 해맑은 얼굴로 돌아올 때마다 가졌던 그 감동 또한 비길 데가 없다.
일곱 번 중 제일 힘들었던 것은 작년에 스키장을 다녀 올 때였다. 돌아오는 길에 바울이 실종된 것이다.

경찰에 장애인인 아들이 실종됐다고 신고를 하자 경찰차 열대가 들이 닥쳤다. 뿐만이 아니라 경찰견에 헬기까지 동원되어 바울 수색작전에 나섰다.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바울이 사라진 로스앤젤레스 인근을 이 잡듯이 뒤졌다.
바울의 냄새를 인식한 경찰견이 그의 냄새의 흔적을 따라 찾아 헤매고 헬기는 서치라이트를 밝히고 로스앤젤레스의 구석구석을 뒤져도 바울은 없었다. 피가 마르는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행방이 묘연했다.


△바울은 최고의 멋쟁이. 이 정도면 어느 탤런트 못지않다.


엄마는 울었다.
바울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이 어둔 밤 어느 거리에서 엄마를 못 찾아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이러다 아주 못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얼마 후 바울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30분도 더 걸리는 산페드로에서 발견되었다. 끈질긴 경찰은 기어코 그 먼 거리에 있는 바울을 찾아 엄마에게 돌려 보내 주었다.

신기한 것은 바울에게는 힘들었던 표정이 없다. 잠시 외출했다 반갑게 엄마를 맞는 환한 표정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감격.
그 뜨거운 감격을 세상의 어느 언어가 제대로 표현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함께 기뻐해 주는 경찰들의 환한 표정이 더 없이 정겹게 느껴졌다.


△바울은 음악에는 천부적 재질을 타고 났다. 어느 디너 파티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친구와 수영장에서


다음은 김진희씨가 리포터에게 보내 온 메일이다. 바울에 대한 사랑이 현실감있게 표현되어 리포터에게 보내온 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바울이 없어져서 소동을 피운 이야기도 바울이 생애동안 일곱번 있었습니다. 요즘 LA의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같지는 않았지만 몇년전 2-3일동안 엄청난 비가 내린적이 있었지요. 그때 일어난 사건입니다.
항상 바울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바울이를 맞이하곤 했는데 그날은 LA를 나갔다 오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오래걸려 school bus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보다 5분정도 늦게 허겁지겁 도착했습니다.

바울이가 아직 오지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5분 10분 15분을 문밖에서 기다렸지만 오지않아 학교에 전화해보니 예정시간에 바울이를 집앞에 떨어뜨려 놓았다는 거예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도데체 바울이는 어디갔단 말인가 

집 주위를 먼저 돌아보고 차를 타고 나가 바울이가 관심있어 할 만한 가게들을 들어가 찾아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바울이는 없었어요. 초조해지기 시작했죠. 그 시기에 어린이 유괴사건이 신문을 떠들썩하고 있었기 때문에 벼라별 생각을 다하면서 미친듯이 찾다가 1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경찰에 신고를 했지요.

여기저기 전화해서 울먹이며 상황을 설명하고 기도를 부탁하고. 1시간 2시간 3시간 4시간이 그렇게... "하나님! 지금까지 그토록 어려운 가운데서도 눈동자같이 지켜주신 하나님! 제발 바울이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지켜주시고 바울이를 어서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좋으신 분임을 인정합니다. 하나님! 내 아버지여..."

굵게 흐르는 눈물이 빗물에 섞여 함께 흘러 내렸어요. 피가 마르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그때 실감했지요. 이미 밤은 깊어가고 친절한 경찰 한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동료들로부터 연락받은 것을 내게 얘기해주며 나를 위로해주었지요.

5시간쯤 지났을까  Orange County 어느 버스종점에 바울이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아이가 발견되었다는 거예요. 어떤 옷을 입었는지 키는 어느정도 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 전화를 바꿔주어 "바울아!" 하고 부르니 저쪽에서 "엄마" 하고 대답하는 거예요.

대답을 듣는 순간, 바울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다른 아무말도 못하고 통곡을 하고 말았어요. 바울이가 그곳에서 내가 있는곳까지 오는 몇분동안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어요. 경찰차에서 내리는 바울이의 모습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있고 영락없는 Homeless 거지꼴이였어요.

그런데 나를 더욱 놀라게 만든것은 두려움이나 무서움에 떨고 있는 모습이 아닌 아주 밝게 웃고 있는거예요. 나를 보며 한 첫마디가 " mom, it`s O.K" 였어요. 초죽음이 되어있는 엄마는 믿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고 아무것도 걱정 근심할 것이 없는 바울이는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며 즐거워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야말로 it`s O.K지요.

참고로, 무슨 빽인지 모르지만 바울이는 어디에 가도 (예를 들어 극장이나 디즈니랜드 등) 티켓을 내지않고 유유히 들어가도 붙잡는 사람이 없어요. 내가 뒤에 따라 가다가 알아서 저 앞에 가는 아이거요 하며 티켓을 내면 그때서야 앞을 한번 쳐다보고 티켓을 챙겨 받곤 하지요. 너무 당당하게 들어가니까 감히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것 같아요. 그 날도 버스를 타고 너무 태연하게 자리에 앉으니까 감히 버스값 내라는 얘기를 못한 것 아닌가 생각되어요.

어쨌든 5 시간 만에 찾은 거지요. 그 이후 가출 (?) 사건이 몇년동안 없다가 이젠 졸업했나보다 하고 안심하고 있을 때쯤, 몇개월전 크게 터지고 말았습니다.

조이 토요학교에서 버스를 빌려 단체로 빅베어로 썰매타러 갔다 돌아오는 날 LA에서 발생했습니다. 저는 그날 함께 가지 못하고 LA에서 어떤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고 디렉터에게 다 마치고 바울이를 제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지요. 바울이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디렉터한테 전화가 왔어요.

버스가 LA 교회에 도착해서 학생들을 다 내려서 부모님께 인계하고 바울이를 나에게 데려다 주려고 찾으니 바울이가 보이지 않더래요. 처음에는 교회안에 어딘가 있겠지 생각하고 별로걱정을 안하고 여기저기 찾다가 없으니까 본격적으로 구석구석 뒤지며 찾았는데도 없어서 교회 밖으로 나와 근처를 다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더래요.

어떻게 해서라도 혼자 해결해볼려고 애쓰다가 1시간이 지난 다음 드디어 디렉터가 울먹울먹하며 저에게 전화를 한거예요. "바울이가 버스에서 내린 후 없어졌어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미팅장소에서 LA 교회로 가서 곧 경찰에 연락하니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차 10대가량이 계속해서 사이렌을 울리며 오는 거예요.

사태의 심각성을 참작해서 그렇게 많이 온것 같아요. 내용을 전해 듣더니 조금 지나지 않아 헬리콥터가 뜨고 경찰견이 오고... 바울이가 평소 입던 옷이라도 혹시 있냐고해서 찾아주었더니 경찰견이 냄새를 맡자마자 킁킁거리며 가는거예요.

한블럭쯤 가더니 갑자기 그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할 뿐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고 어쩔 줄을 모르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에서 바울이가 시내버스를 타버린거예요.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유유이 사라져버렸으니 아무리 날고뛰는 직업견이라도 별 수 없지요.

헬리콥터도 주위를 한참동안 맴돌기만 할 뿐 별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판단했는지 철수해버리고 ... LA 시내이기 때문에 가게들이 많아 혹 가게에 들어가 구경이나 하고 있을줄 모른다며 경찰들이 흩어져 온 가게를 휩쓸고 다니며 찾아도 바울이는 온데간데 없고.

그렇게 4시간이 또 흘렀어요. 7시부터 찾기 시작했는데 밤 11시가 넘을때까지도 아무 싸인조차 없으니 엄마인 나의 심정은 어떠했겠어요. 몇차례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처음 당하는 일처럼 초죽음 상태가 되었지요. 계속 기도하며 울며...

자정쯤되어 San Fedro 끝에서 바울이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어요. LA에서 없어진 녀석이 어떻게 San Fedro 까지... 다시 전화를 연결해주어 틀림없는 내아들 바울이 인것을 확인하는 순간 거의 기절하다시피 긴장이 풀렸어요.

이번에도 아침에 챙겨준 빨간 가방을 어깨에 매고 경찰차에서 내리는 바울이의 모습은 5-6시간동안 헤메고 다닌 녀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디 즐거운 여행에서 돌아오는 밝고 경쾌한 모습의 바울이 인거 있죠  내리면서 경찰 등을 툭툭 두드리며 "Thank you!" 라는 인사까지 여유있게...

추측해보건대 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릴때 바울이도 내려서 다른 아이들은 엄마를 만나 집으로 모두 가는데 두리번 두리번 엄마를 찾아도 엄마가 보이지 않자 아무에게도 아무말도 하지않고 엄마를 찾아 간다고 무작정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다 다리가 아프니 버스를 집어탄 것 같아요.

그리고 내려서 또 걷고 또 버스를 타고.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토랜스 토랜스"를 연발하니 주위에서 비슷한 버스를 타게 했던게 아닐지. 그저 추측만 할 뿐 그 속을 알 길이 있어야지요.
기억을 더듬으며 바울이 이야기를 쓰다보니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울이 스토리는 생각하면 할수록 재미있는것이 많습니다. 처음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는데 그날은 심각한 태도로 잘 배우는가 싶더니 그 다음날 목욕탕에서 면도하고 싱글벙글 나오는 바울이.
앗! 턱에 있는 수염과 함께 눈썹까지 싹싹 밀고 나온 모습. 상상해보세요.
그 탓에 지금도 듬성듬성 눈썹이 형편없이 생겼어요.

사춘기 이후로 몇차례 자칭 여자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두 연상의 여인. 고등학생때는 대학생 누나를 자기 걸프랜드라고 만인에게 얘기하고 다니고 십수년을 가르쳐도 도무지 한 두 단어도 깨우치지 못하던 바울이가 한번도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어느날 "Hellen Kim" 이라고 써서 보여주는 바람에
기절할뻔 한 일. 그때 이후로 Hellen 이라는 단어는 1-2초만에 써버리지요.

이사를 하느라 Hellen 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처음 얼마동안은 놀면서도 Hellen Hellen 을 부르며 애처로운 마음이 들 정도로 내 가슴을 아리게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싹 잊어버리고 매일 대하게 되는 20대 후반 기혼녀를 자기 걸프랜드라고 소개하기 시작. 보기만해도 좋은가봐요. 그러던 어느날 그 자매집에 놀러가게 되었다는데 액자에 있는 결혼사진을 보자마자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갑자기 사진이란 사진을 모두 엎어놓든지 돌려놓든지 하더니 씩씩 거리더래요.

그때까지 처녀인줄 알았나봐요. 한참있다 그 자매 남편이 오니까 "she is mine" 하며 자매에게 안기며 그 남편이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그 자매를 보호하더래요.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부부가 많이 웃었고 엔돌핀이 팍팍 나왔대요.

그리고 지금은 또 바뀌었어요. 이제는 32살 노처녀예요. 누나 누나 하며 어찌나 좋아하는지.
Hellen 시대도 지나고 수아 (두번째 누나 이름) 시대도 지나고 이제는 Ellen (요즘 좋아하는 누나) 시대가 도래했다고나 할까요. 재미있는 것은 그토록 좋아하다가도 한번 지나간 사람은 다음에 다시 만나도 시큰둥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공통적인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예쁘게 생긴 여자라는 것.

참 우습지 않아요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길래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하고 궁금해요. 어쨌든 세상 걱정 근심 없이, 미래에 대한 복잡한 생각없이 하루하루 순간순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나이. 멋진 사나이예요.

사진은 어렸을때는 많이 찍었는데 요즘은 잘 찍지않아요. 그래도 찾아 보면 있을거예요. 내일 조이센타에 있는 컴퓨터에서 찾아서 보내드릴께요.


美 캘리포니아 = 도깨비뉴스 리포터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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