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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시(蜘蛛會) 2 -거미가족과 돼지떼의 난장

강민숙 | 기사입력 2024/08/07 [20:25]

지주회시(蜘蛛會) 2 -거미가족과 돼지떼의 난장

강민숙 | 입력 : 2024/08/07 [20:25]

지주회시(蜘蛛會) 2

-거미가족과 돼지떼의 난장

 

김영호 시인

 

긴 꼬리여우가 부르르 신대를 흔들자

꽃뱀거미는 사방팔방 다리를 털며

멧돼지에 사향가루 눈처럼 흩뿌리니

멧돼지 침 흘리며 달을 향해 울부짖고

돼지떼 모여들며 온 산이 흔들렸지

거미가족이 가래 뱉은 옹달샘에

솔잎 뜬 동동주로 밤을 새우며

거미가족과 돼지떼 얼려 난장을 치니

집안이고 헛간이고 거미줄이 가득한데

거미줄에 흰 구슬이 서 말이나 달리고

거미똥 가득한 서까래는 끝내 무너지고

돼지떼 어지럽게 짓이겨댄 산천엔

도토리 한 톨마저 남아나지 않았으니

마침내 동네방네 방이 가득 붙었구나!

'거미와 멧돼지의 횡포가 극심하니

대모벌을 불러 거미의 씨를 말리고

포수를 불러 멧돼지를 절멸코자 함'

 

김영호 1984한국문학의 현단계Ⅲ』 《창비로 등단. 문학평론집 지금, 이곳에서의 문학,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꿈꾸다, 공감과 포용의 문학, 시집 바람이 부르는 노래가 있음.

 

 

            김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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