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은 건강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비염 환자들이 콧물이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박만준 교수는 올해 4월 대한비과학회가 개최한 ‘제2회 코의 날’ 기념행사에서 “계속 한쪽 코에서만 콧물이 나온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볼 필요가 있다”며 “드물지만, 종양이나 코 천장의 조직 결손에 의한 ‘뇌척수액 비루’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습니다.

▲ 찾아가는 뇌건강 교실 운영  기사와 관련없음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흐르는 맑은 액체로,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와 척수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교통사고 등으로 머리를 세게 부딪쳤거나 뇌하수체 종양 같은 질환으로 인해 뇌 기저부(대뇌 바닥면) 부근 조직이 결손되면, 이리로 뇌척수액이 새어나와 코로 흘러내릴 수 있습니다. 이는 코가 뇌 아래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뇌척수액 비루의 주요 증상은 점성이 없는 맑은 콧물 같은 액체가 한쪽 콧구멍으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코가 입과 연결돼 있으므로 입에서 약간 쓴맛이나 짠맛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기침·재채기를 하거나 고개를 앞으로 숙여 두개골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 흘러나오는 뇌척수액 양이 특히 많아질 수 있으며, 가벼운 두통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뇌척수액은 알레르기 비염 초기에 흘러나오는 맑은 콧물과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병원에 가서 진단받는 것이 좋습니다. 정상적인 뇌척수액은 포도당 수치가 50~80mg/dL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뇌척수액으로 의심되는 액체를 모아서 혈당 검사를 합니다. 당이 30mg/dL 이상으로 나오면 뇌척수액 비루로 진단합니다. 뇌척수액 비루가 발생한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뇌척수액이 새는 곳의 결손이 경미하다면,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자연 치유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입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머리를 10~15도 높인 상태로 절대 안정을 취하며 두개골 내부 압력이 높아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기침, 재채기, 코 풀기 등 비루가 심해질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든 금물입니다. 결손 부위가 크면 수술로 결손 부위를 재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코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 결손 부위를 완전히 봉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뇌척수액 비루를 방치하면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뇌수막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뇌척수액 비루 증상이 계속된 환자가 뇌수막염에 걸릴 확률이 19%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한편, 콧물을 관찰해 추정할 수 있는 질환은 이외에도 다양합니다. 콧물을 풀었는데 맑고 투명하다면 감기 초기나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콧물이 형광색 또는 초록색을 띠고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급·만성 부비동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잇몸병이 생기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후에 콧물이 많아지면 치성 부비동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위턱 어금니 부근에 생긴 염증이 부비동까지 퍼지는 것이 원인입니다. 곰팡이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식사할 때 콧물이 유난히 많이 나온다면 혈관 운동성 비염을, 추운 환경이나 먼지에 노출됐을 때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나온다면 과민성 비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