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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감자탕집에서 서빙하는 나날들 /강매화 시인

조기홍 | 기사입력 2024/07/27 [14:03]

(오늘의 시) 감자탕집에서 서빙하는 나날들 /강매화 시인

조기홍 | 입력 : 2024/07/27 [14:03]



[시와창작 신인상 수상작]

 

감자탕집에서 서빙하는 나날들 / 강매화 

 

밤 열시, 네온빛 흐르는

번화가 밤길 재촉하며 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겉옷부터

속옷까지 깊숙이 스며든

감자탕 냄새 풍기며 귀가한다

하늘도 내가 안쓰러운지 장대 같은

빗줄기로 끈질긴 냄새 씻어주건만 나는

종아리에 착착 달라붙는

젖은 내 바지가랭이보다 장대비에

한 잎 두 잎 뜯겨나가는

길가의 장미꽃이 더 안쓰럽다

내 삶 내 꿈도 저렇게 뜯겨나갈까?

선생님이란 호칭은 사라진지 오래

흰머리 나그네도 멋쟁이 사내도

나를 ‘이모님’이라고 부르고

전쟁터에 나간 병사마냥 이모님은

아침부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홀에서만 자그만치 3만여 보 달린다

강남구청역에서 대림역까지 40여분

반은 서서 반은 앉아 꺼벅꺼벅

지하철 내려 또다시 터벅터벅 걸어

구로동 셋집에 돌아와 샤워부터 하고 

드디어 나른해진 몸 뉘이니 밤 11시 20분

이 시간 중국은 자정 넘은 시간

꿈에서 혹여 멀리 서안에서 

대학 다니는 아들놈 만날까

누워서 5초만에 잠에 곯아떨어지는데

방금전 대림동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들이 싸락눈처럼 싸락싸락

내 꿈결에 살며시 따라 들어온다

 



■강매화

1976년 중국 흑룡강성 철려시 출생. 중국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요녕성조선족문학회 이사. 중한잡지에 중한문으로 시, 수필 다수 발표.

재외동포문학상 시 우수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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