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창작 신인상 수상작]
감자탕집에서 서빙하는 나날들 / 강매화
밤 열시, 네온빛 흐르는 번화가 밤길 재촉하며 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겉옷부터 속옷까지 깊숙이 스며든 감자탕 냄새 풍기며 귀가한다 하늘도 내가 안쓰러운지 장대 같은 빗줄기로 끈질긴 냄새 씻어주건만 나는 종아리에 착착 달라붙는 젖은 내 바지가랭이보다 장대비에 한 잎 두 잎 뜯겨나가는 길가의 장미꽃이 더 안쓰럽다 내 삶 내 꿈도 저렇게 뜯겨나갈까? 선생님이란 호칭은 사라진지 오래 흰머리 나그네도 멋쟁이 사내도 나를 ‘이모님’이라고 부르고 전쟁터에 나간 병사마냥 이모님은 아침부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홀에서만 자그만치 3만여 보 달린다 강남구청역에서 대림역까지 40여분 반은 서서 반은 앉아 꺼벅꺼벅 지하철 내려 또다시 터벅터벅 걸어 구로동 셋집에 돌아와 샤워부터 하고 드디어 나른해진 몸 뉘이니 밤 11시 20분 이 시간 중국은 자정 넘은 시간 꿈에서 혹여 멀리 서안에서 대학 다니는 아들놈 만날까 누워서 5초만에 잠에 곯아떨어지는데 방금전 대림동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들이 싸락눈처럼 싸락싸락 내 꿈결에 살며시 따라 들어온다
■강매화 1976년 중국 흑룡강성 철려시 출생. 중국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요녕성조선족문학회 이사. 중한잡지에 중한문으로 시, 수필 다수 발표. 재외동포문학상 시 우수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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