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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사] 버클리에도 장애인이 못가는 곳이 있다

강샘 | 기사입력 2010/10/23 [21:11]

[전기사] 버클리에도 장애인이 못가는 곳이 있다

강샘 | 입력 : 2010/10/23 [21:11]

버클리 대학 듀란트 빌딩 앞의 장애인 출입 불가능 표지판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자리한 버클리 대학은 스탠포드 대학과 함께 서부의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학문적으로도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60년대 미국의 인권 운동을 이끈 학교로도 이름을 날리는 곳.

미국 인권 운동의 발상지 답게 장애인의 인권은 특히 존중되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제도는 세계 각 대학의 모델이 되어 미국은 물론 외국의 대학에서도 이 학교의 장애인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학교 장애인 제도의 사령탑은 DSP(Disable Student Program) 오피스다. 현재 이 오피스에 등록되어 있는 버클리 대학의 장애인은 900여명에 이르고 있고, 이곳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로 장애인들이 성공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유급 비서제도와 유급 대필이다. 각 학과마다 장애인에게 한명씩의 비서와 대필자를 채용해 주기 때문에 장애인 학생에게 지급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대필은 한 학점당 30달러가 지불되고 비서에게는 시간당 10달러씩 지급된다. 한 장애인이 네 과목 정도 수강한다면 한 학기에 오피스에서 한 학생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3000달러 정도가 된다.

유료인 만큼 장애인은 당당하게 비서에게 서비스를 요구할 수가 있고, 비서들도 최선을 다해서 장애인들을 도와 준다. 그래서인지 지난 학기 필자가 페이퍼(미국에서는 연구 논문을 흔히 이렇게 칭함)를 쓰기 위해 버클리 장애인들의 대학 만족도를 조사할 때 대다수의 학생들이 만족해 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장애인들을 위해서 마련한 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아무리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옥의 티`는 있기 마련. 학교 생활을 하다보면 장애인에게 불편을 주는 사건이나 시설들이 눈에 띄게 된다.

학교의 남문인 Sather Gate를 들어서 얼마 가지 않으면 볼 수 있는 Durrant 빌딩은 입구에 버클리 대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지판이 하나 눈에 들어 온다. `장애인 출입 불가능` 이 건물에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동아시아에 관한 장서가 있다.

직원에게 이 건물에 왜 장애인 접근 시설을 설치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장애인들은 별 불편이 없이 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나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그러니까 장애인 접근 금지 구역이 아니라 휠체어 이동불능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표지판에 보이는 번호로 전화를 하면 직원이 나와 원하는 책을 찾아다 줍니다.
한국의 장애인 대학생이 이 야기를 들어면 천국이라고 하겠지만 이곳의 장애인 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서 전에 미리 정해 놓은 책 외에는 이것저것 보면서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몹시 불편해 한다. 그래서 내년 쯤 이 도서관은 새 건물로 이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 보니 계단이며 장식물들이 아직도 번쩍거리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역사가 짧은 미국인들은 오래된 것들에 유난히 애착을 갖는다. 그래서 그 건물을 아무런 변화없이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캘리포니아=강샘 객원기자?ssjmkang2000@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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