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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명예도 다 싫다. ‘시골의사’ 안 할란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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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명예도 다 싫다. ‘시골의사’ 안 할란다.

울릉의료원, 연봉 3억원에 숙소 제공 조건에도 응시자 없어 9차까지 모집공고 
속초의료원은 연봉 4억2천만원에 ‘전문의’에서 ‘전공의’로 자격 낮춰 3차공고
강진의료원 목포의료원 역시 비슷한 사정에 개원 앞둔 단양의료원도 ‘속앓이’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3/06 [10:11]

돈도 명예도 다 싫다. ‘시골의사’ 안 할란다.

울릉의료원, 연봉 3억원에 숙소 제공 조건에도 응시자 없어 9차까지 모집공고 
속초의료원은 연봉 4억2천만원에 ‘전문의’에서 ‘전공의’로 자격 낮춰 3차공고
강진의료원 목포의료원 역시 비슷한 사정에 개원 앞둔 단양의료원도 ‘속앓이’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3/03/06 [10:11]

불과 몇 년 전 한때 격렬했던 의료인들 밥그릇 싸움의 결과가 지방 소도시 공공의료원 의사 부족 사태로 이어져 결국은 농어촌과 지방 소도시 주민들의 의료피해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4억 원이 넘는 연봉을 준다고 해도 지방 소도시 공공의료원 의사는 하기 싫다는 것이다.

 

대신에 의사면허를 따는 즉시 대도시로 몰려들고, 전공 과정에서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돈 되는과목에 집중하는 등의 의사 쏠림 현상은 날이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최근의 우리나라 의료계 현실은 돈도 명예도 다 싫다. 시골 의사 안 할란다라는 간단한 말로 꼬집어 낼 수 있을 듯하다.

 

지난 2020년 여름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의사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1년에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린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공공의대를 새로 설립하여 시도별로 일정 비율로 선발하고 정부 장학금 형태로 교육비를 지원하여, 졸업 후 대학 소재 지역의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의무적으로 10년 동안 복무하게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다시 말해 의사들의 대도시 쏠림 현상과 특정 의료과목 쏠림 현상을 극복하자는 취지였다.

▲ 울릉도에서 한의원과 치과의원을 제외하고 유일한 의료기관인 울릉의료원의 의사 부족 사태로 인해 생후 7개월 된 아기 응급환자가 지난달 15일 울릉도 인근 해상 경비 중이던 해경 경비함정을 통해 육지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동해해경 제공>    

그러나 전국의 의대생들과 의사들은 마치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동맹 휴학, 의료 파업등의 험한 말로 정부를 협박하면서 정부의 이 정책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 그러고는 지방 소도시에서는 의사 노릇을 안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지방 소도시 공공의료원들은 의사 빈자리가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의사 구하기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2020년 여름 의료인들의 동맹 휴학, 동맹 파업협박이 낳은 슬픈 현실이다. 그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맨 먼저 울릉도의 의사 부족 사태는 전국 지방 소도시 의사 부족 현상의 대표적 사례가 될 만하다.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울릉군으로 되어 있는 울릉도에는 2023년 초 현재 9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어 섬으로서는 비교적 인구수가 많은데다, 지난해에만도 46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육지에서 오가는 사람이 많아 그만큼 의료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 울릉의료원 전경. 연봉 3억 원에 숙소 제공 등의 조건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최근 의사 모집 공고를 9차까지 내는 등 의료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울릉도 내 의료기관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인 울릉군보건의료원과 민간 한의원 1곳 및 치과의원 1곳이 전부이다. 유일한 병원인 보건의료원은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산부인과, 내과, 응급의학과, 안과, 피부과 등 진료과목에 여러 해째 의사가 없는 상태이다.

 

그나마 산부인과는 형편이 나은 셈이어서, 210나 멀리 떨어져 있고 뱃길로 3시간 반이나 걸리는 포항에서 포항의료원 의사가 한 달에 한 번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아예 진료 의사가 없는 다른 진료과목보다는 그래도 낫다.

 

다른 진료과목 의사들도 대부분 1년 단위로 바뀌는 공중보건의사로 채워져 있어서 진료의 연속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현재 의사 20명 가운데 17명이 병역의무 대신에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다.

 

울릉군은 보건의료원 필수 진료과목의 의료진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의료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위급환자의 수술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주민들은 경북 포항과 강원도 동해 등을 오가는 여객선을 이용해 육지로 나가 진료를 보기도 하지만, 여객선의 운항 횟수가 적고 육지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툭하면 기상 상황이 나빠져 한 해 평균 100일가량 여객선 운항이 결항하여 위급 상황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실제로 지난달 15일에는 생후 7개월 된 아기 응급환자가 울릉도 가까이에서 해상활동 중이던 강원도 동해해경 함정을 통해 육지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기도 했다.

 

울릉의료원은 그럭저럭 힘들게 운영을 계속하고 있지만 울릉도 내 유일한 요양병원인 군립요양병원은 최근 폐쇄 절차를 밟기 시작해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09년에 문을 연 울릉요양원은 법령에 정해진 필수 인력을 채우지 못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불인증 처분을 받고 현재 입원 환자 10명을 육지 요양원 등으로 옮기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울릉도 내 의료 시스템 상황이 이처럼 열악하다 보니 울릉의료원이 지난해 연봉 3억 원에 숙소 제공등의 조건을 내걸고 내과 1, 정형외과 1명의 의사를 모집하겠다고 공고했으나 지원자가 없어 9차까지 공고를 이어간 끝에 최근에서야 가까스로 모집 조건을 변경해 충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속초의료원은 2차 의사 모집 공고에도 응시자가 없자 연봉을 1억 원 더 올려 4억2천400만 원으로 하고, 자격도 ‘전문의’에서 ‘전공의’로 낮추어 3차 모집 공고를 낼 정도로 의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최근 32천만 원의 연봉을 내걸고 응급의학과 및 마취통증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의 3명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으나 1차 공고에서는 응시자가 아예 없었다. 이에 따라 연봉을 1억 원가량 더 올린 42400만원 조건의 2차 공고를 냈으나 서류 지원자 3명 가운데 1명은 면접조차 하지 않았고, 1명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여 1명만이 최종 선발되었다.

 

속초의료원은 할 수 없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을 더 채용하기 위한 3차 공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응시원서 접수기간은 36일부터 13일까지이며 서류전형을 거쳐 면접심사를 해서 317일 최종합격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속초의료원은 지난 1월 말 전문의 5명 중 2명이 퇴직한 데 이어 2월에도 1명이 추가 사직하는 등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현재 의사 구인난으로 매주 4일만 진료하고 있으며,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들은 강릉아산병원 등으로 옮기도록 안내하는 실정이다.이처럼 의사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속초의료원은 3차 공고에서는 응시 자격 요건을 대폭 낮추어 기존에 의사면허 및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4년 수료자까지로 확대했다. ‘전공의전문의자격의 앞 단계로서 전문의의 자격을 얻기 위하여 병원에서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을 하는 의사, 즉 인턴과 레지던트를 이른다.

 

전남지역도 지방 소도시 공공의료원들이 의사 구하기에 진통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전남지역 의료원은 모두 3곳으로 큰 도시 병원을 이용하기에 불편한 농어촌 주민과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현재 부족한 의사는 10명이 넘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돼온 강진의료원은 모두 16명의 의사가 근무 중인데, 이 가운데 6명은 병역의무를 대신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로 채워져 있다. 병역의무 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떠나는 의사들이어서 의료 지속성이 매우 취약하다.

 

그뿐만 아니라 안과는 의사가 없어 지난해부터 아예 의료가 중단됐고, 신경과 의사 역시 1년이 넘도록 구하고 있지만 오겠다는 의사가 없다. 강진의료원 관계자는 “4억 원 연봉에도 의사 구하기가 어려워 이미 은퇴한 의사나 은퇴를 앞둔 시니어 의사를 모시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지방 의료 현실을 드러냈다

 

목포시 의료원 사정도 열악하기는 비슷하다. 안과와 마취과에 투입된 공중보건의사도 4월에 근무가 끝나 돌아가고, 한 명 남은 마취과 의사도 최근 사표를 냈다. 목포시의료원 관계자는 일반 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워 안과의 경우 공중보건의사를 못 받으면 곧 폐과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 오는 7월 건물을 준공한 뒤 내년 5월 개원 예정인 단양군 보건의료원 개념도. 다른 지방 소도시 의료원들의 의사 구하기 진통을 지켜보면서 막상 개원을 앞둔 고민이 크다.    

 지방 소도시 의료기관들의 의사 모시기가 이렇게 어렵다 보니, 내년 5월 군립의료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충북 단양군은 벌써부터 의료진 확보 대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단양군의료원은 오는 7월 건물을 준공한 뒤 본격적인 개원 준비에 들어가는데 최근 곳곳의 공공의료원들이 의사 확충에 진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양군은 의료원을 직영할지, 대학병원 등의 큰 의료기관에 운영을 위탁할지 등의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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