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종말시계’ 10초 앞당겨져 자정까지 90초 전우크라이나 전쟁 핵 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등으로 현재 시각은 23시58분30초
|
![]() ▲ 미국 핵물리학회에서 운영중인 ‘지구종말시계’가 2023년 1월 드디어 ‘자정 90초 전’까지 치달았다. 이 시계의 자정은 곧 80억 인류의 멸종을 의미한다. 핵무기와 기후변화,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인류의 절멸을 재촉한다고 한다. 제2차세계대전 때 등장한 핵무기의 공포가 이 시계를 탄생시켰다. |
미국 핵물리학자들이 발행하는 학회지 ‘The Bulletin of Atomic Scientists’(핵과학자회보. 이하 BAS)는 지난달 24일 인류의 멸종 시점을 ‘12시(자정)’ 기준으로 표시하는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가 종전보다 10초 더 빨라진 11시 58분 30초를 가리킨다고 밝혔다.
![]() ▲ ‘인류 종말의 시각’ 0시 0분 0초의 자정을 향해 치달리는 ‘지구종말시계’. 2015년 ‘자정 3분 전’에서 2018년 ‘자정 2분 전’으로 앞당겨졌고, 2023년 1월에는 ‘자정 90초 전’까지 시계바늘이 급박하게 돌았다. |
‘지구종말’(인류멸종)까지 남은 시간이 겨우 ‘90초’뿐이라는 건데, 이는 BAS가 처음 ‘종말’ 시각을 발표한 1947년 이후 76년 만에 인류의 멸종 시간에 가장 가까워진 것이다. BAS는 ‘종말’ 시간을 앞당기게 된 사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핵무기 사용 위협을 첫째고 꼽았다.
게다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천연가스의 공급이 축소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자 탄소 배출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 위기 역시 높아졌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 등 인류의 통제가 어려운 감염증 폭발의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는 점도 ‘종말’ 시간의 시침과 분침을 앞당기는 데 영향을 끼쳤다.
레이첼 브론슨 BAS회장은 ‘종말’ 시간을 앞당기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우연한 계기나 특정한 의도, 또는 오판에 의해 고조된 국제 갈등이 얼마나 끔찍한 위험인지를 일깨웠다”며 “국가 사이의 갈등이 국제적인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소련에 이어 ‘제3의 핵세력’으로 굳어진 중국이 2035년까지 핵무기를 다섯 배로 늘릴 가능성과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등도 ‘종말 시계’의 바늘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포함됐다.
브론슨 회장은 또 “우크라니아 전쟁에서 생화학 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석탄 사용이 늘어나면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라고 ‘종말’ 시각 변경의 이유를 밝혔다.
![]() ▲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Little Boy. 왼쪽)와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팻맨’(Fat Man) 원자폭탄의 폭발 장면. 히로시마 원자폭탄은 인류 최초의 핵폭탄이다. 이후 핵무기는 ‘인류종말시계’의 초침을 앞당기는 주요 지표로 등장했다. |
수억 년 동안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6,500만 년 전 갑자기 멸종한 데서 보듯이 46억 년의 장구한 지구 역사에서 수많은 생물 종(種)이 탄생과 멸종을 거듭하여오다가 수백만 년 전 인류의 먼 조상이 나타났고, 수만 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사람)가 출현한 뒤 지구 역사에서는 그야말로 ‘삽시간에’ 사람들이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하였다. 2023년 2월 현재 지구의 인구수는 80억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그 지구의 지배자인 현생인류가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로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인류를 옥죄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지구종말시계’라는 희한한 시계까지 등장한 것이다. ‘지구종말시계’가 등장한 단초(端初)는 제2차세계대전의 결과물로 발명된 핵무기였다. 여기에 기후변화의 상징인 지구온난화와 사람의 통제를 벗어날 바이러스의 위협 등도 ‘지구종말시계’의 초침을 앞당기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다.
![]() ▲ 1961년 10월 30일 옛 소련의 북극해 외딴섬 4㎞ 상공에서 낙하산에 매달려 투하된 뒤 지표면 가까이에서 폭발하는 인류 최초의 수소폭탄.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800배 위력을 과시했다. |
그러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던 핵무기는 곧이어 당시 소련의 급부상과 함께 ‘미소냉전시대’의 서막을 열면서 인류 최대의 위험 요인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던 주요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지구종말시계’ 개념이 창안되었고, 1947년 처음으로 핵과학자회보 ‘BAS’ 표지에 그 내용이 처음 게재되었다.
‘지구종말시계’는 46억 년 전 지구의 탄생 시점부터 ‘인류종말’ 예상 시점까지를 사람의 시간 단위 기준 12시간으로 설정하였다. 1947년 첫 도입 당시에는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했으나 2023년 1월까지 모두 29차례 시각 변경이 이루어졌다. 상황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 것이다. ‘종말시계’는 1949년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자정 3분 전’으로 급격히 빨라졌고, 미소 양국이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한 1991년에는 ‘자정 17분 전’까지 늦춰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2020년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에 따라 ‘자정 100초 전’까지 이르렀다가 2년 남짓 만에 기어이 10초가 더 앞당겨져 ‘자정 90초 전’의 ‘비상벨’을 울렸다.
인류 최대의 비극이었던 제2차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8월 6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인류사상 최초의 원자폭탄을 터뜨렸고, 사흘 뒤 나가사키에도 원자폭탄을 폭발시켜 8월 15일 결국 태평양전쟁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