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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국현 시인의 시집『들리나요』 출간: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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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국현 시인의 시집『들리나요』 출간

“땅의 소리, 바람의 소리, 세상의 소리”

강민숙 | 기사입력 2022/12/09 [18:17]

여국현 시인의 시집『들리나요』 출간

“땅의 소리, 바람의 소리, 세상의 소리”

강민숙 | 입력 : 2022/12/09 [18:17]

 



여국현 시인의 시집들리나요 출간

땅의 소리, 바람의 소리, 세상의 소리

 

여국현 시인의 두 번째 시집들리나요도서출판 우리움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땅의 소리> 40, 2<바람의 소리> 20, 3<세상의 소리> 22편 등 총 82편의 시편이 시인의 몸과 마음에 각인된 자연과 세상과 시인 자신의 영혼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1<땅의 소리>에는 땅에 발 딛고 사는 생명들의 노랫소리가 있다. 시인은 땅 위에 웅크리고 있거나 또는 서 있거나 도태 위기에 있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제 일을 끝까지 해내는 생명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쓰다듬으며, 그 속에서 삶의 철학을 읽고 배운다. 아침 저녁 천변 산책을 하며 만난 자연의 소리를 담아 노래하는 1부에서 우리는 노자의 숲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바람의 소리>에서는 20편의 시가 여러 가지 소리를 담고 시인의 마음의 소리를 들려준다. 시인은 우주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와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밤과 낮, 달과 태양, 강물과 바다, 바람과 나무, 하늘과 호수, 나와 그대가 대칭을 이루며 각각의 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들은 대립이 아니라 화합의 관계를 보여준다.

 

3<세상의 소리>에서는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산화한 이들의 목소리와 일상의 삶을 견디며 살아가는 소시민적 자아의 목소리가 나지막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역사가,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시가,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국현 시인은 자연은 그대로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는 일 흔들리고 비틀거려도 마땅한 제 방향으로 고개 두는 것임을 갈대에게 배우고, “같은 밭 같은 씨라도 제 뿌리내린 곳 따라 저리 다르구나// 사람살이도 그와 같구나/ 부모 품 떠나 제 뿌리내린 곳/ 올곧은 제 모양 한 자락 거기서 나온다는 것을 당근에게 배우고, “천변 벚나무/ 꽃 피는 순서가 있어/ 계단 올라 오른쪽 나무들이/ 먼저 환하게 나란히 꽃을 피우고/ 왼편 나무들이 그 뒤를 이어 움이 트지”(꽃 피는 순서)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계의 질서에서 사람 사는 질서를 배운다. 그 속에서 자연과 인간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며 하나로 살아간다.

 

천변 텃밭의 아침/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집으로 떠나고/ 지켜보던 나는 다시 걷고/ 땅은 남아/ 제 일을 한다”(땅의 일부문)

 

시의 근원은 우주와 자연이다. 여국현 시인의 시집 들리나요에 실린 <땅의 소리>(1), <바람의 소리>(2), <세상의 소리>(3)는 바로 우주의 소리다. 그 소리를 듣는 시인의 마음에는 기본적으로 자연 만물에 대한 애정이 내재하고 있다. “꽃 아닌 풀 없고/ 풀 아닌 꽃 없다/ 사람도 그렇다/ 꽃 사람/ 풀 사람/ 따로 없다/ 꽃도/ 풀도/ 사람도/ 저마다/ 하나의/ 우주”(, , 사람) 이처럼 시인에게는 풀이든 꽃이든 나무이든 곤충이든 사람이든 모두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들리나요에는 시인이 만난 그 우주의 소리가 가득하다.

 

들리나요에 담긴 시인의 시선은 낮은 곳으로 향해 있다. 그늘진 곳, 척박한 곳, 낡은 곳, 후미진 곳, 작고 볼품없는 것들, 삶을 향해 제 한 몸 다 바쳐 온 힘 다하는 것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깊다. 낮고 후미지고 척박한 그늘에서도 제 할 일 다 하며 한 생 열심히 사는 모든 존재의 삶의 모습들이 따뜻한 시인의 시선을 통해 오롯하게 드러난다.

 

여국현 시인에게 삶이란 더 많이 열매 맺거나/ 더 멀리 높이 오르거나/ 더 빨리 앞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선택이 아닌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내 어깨에 실린 무게 외면하지 않고/ 속으로 곪는 상처 내 혀로 핥으며/ 작고 큰 유주 주렁주렁 달고/하루하루 내 몫을 견뎌내는 것”(다시 나무부문)이다.

 

시인은 두 번째 시집을 묶으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첫 시집을 내고 2년 동안 여기저기 발표하고 쓴 시들을 묶는다. 시집의 형태로 완결된 것은 2년 전이지만 이제사 나오는 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과정의 마음고생도 있었지만 덕분에 시도 나도 사람도 다시 톺아볼 수 있었다. 부족한 걸음이라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기로 한 생이니 모두 내 몫으로 안고 또 한 번의 언덕을 넘는다. 길은 여전히 아득하지만 내 걸음으로 걷는 길, 서둘지도 조급하지도 않을 터이다. 가끔 그 길 위에서 나란히 앉아 저녁노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분들 만난다면 그로 족하다.

 

 



여국현 시인은 1965년 강원도 영월출생.오늘의 시》 《포항문학시 발표. 중앙대에서 비평이론(문화연구)으로 영문학 박사학위. 푸른사상등단. 새벽에 깨어전자시집 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그녀의 편지()중앙대, 방송대 강사, 월간 우리편집주간, 한국작가회의 회원, 민족문학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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