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林森의 招待詩 - 질펀한 가을 가슴
- 시(詩)의 창(窓) - 가을이 가버린다.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팽 돌아서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렇게 간다. 가을에 하려고 다짐을 했던 게 퍽도 많았던 것 같았는데 제대로 이루어낸 것은 하나도 없고, 그냥 가는 가을을 붙잡을 엄두도 못내는 사이 박절한 가을은 내 곁에서 멀어진다. 여름내 저지레 해놓은 흔적에 대한 갈무리도 하나도 하지 못했거늘, 겨우살이를 해낼 마음의 채비도 미처 갖추지 못했거늘... 양심에 걸려서 안절부절 못하는 이즈막이다. 가을걷이도 못한 채 보내기가 영 안스러워서, 그리고 엉겁결에 겨울 받아안기가 차마 부끄러워서 숨이 차는 삶의 언저리가 못내 버겁기만 하다. 그러니 어쩌랴! 다시 올 가을을 기다리면서, 기왕지사 찾아온 겨울을 반기고 아끼며 변변치 못했던 내 자신에게 종주먹 들이대곤 못이기는 체 함께 녹아들어야 하는 것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주어진 하루하루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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