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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칼럼] 공무원이 민원 전화라도 제대로 받게 하자!: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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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칼럼] 공무원이 민원 전화라도 제대로 받게 하자!

이호연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8/27 [12:34]

[이호연 칼럼] 공무원이 민원 전화라도 제대로 받게 하자!

이호연 논설위원 | 입력 : 2021/08/27 [12:34]
사진=이호연 논설위원
사진=이호연 논설위원

어제 행정안전부 회계제도과에 취재 목적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옆자리에 전화를 걸어도 부재중이라는 자동 응답 소리만 들렸다. 담당 과장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십 통의 전화를 시도했지만 허탕이었다. 급기야 장관실에 전화를 걸어 강한 불만을 제기하자,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화를 억지로 참으면서 민원 사항 해결방안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안타깝지만, 행정 소송을 통해 해결할 방법밖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시행규칙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공무원들이 전화 수취를 거부하는 현상이 범정부적으로 보편적 현상이 아닌가 싶다. 장관실에 전화를 걸어야만 일선 공무원과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는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 언제부터 행정서비스 품질 수준이 이처럼 땅바닥까지 추락했는지 모르겠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어 공무원 기강이 흐트러진 것인지, 아니면 평상시에도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통상적으로 민원 해결을 위해 담당자라고 판단되는 곳으로 전화를 하면 십중팔구는 다른 곳에 문의해 보라는 답변을 받는다. 몇 번을 녹음기처럼 민원 사항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안내를 받은 곳으로 뺑뺑이 전화를 시도하다, 처음 전화를 걸었던 출발점으로 전화를 걸라는 안내를 받는다. 이런 사례를 경험하지 않은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일반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로 해결될 수 있는 민원은 너무 많을 것이다. 쉬운 길을 제쳐놓고, 행정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비용부담이나 절차적 복잡성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이런 사유로 대한민국의 소송 건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많은가보다.

 

공무원의 전화 수신 거부나 뺑뺑이 돌리기 관행 등을 근절할 방안은 없는지 살펴보자.

 

정부업무 평가제도의 문제점

정부업무평가기본법 제1조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기관 등의 통합적인 성과관리체제의 구축과 자율적인 평가역량의 강화를 통하여 국정운영의 능률성ㆍ효과성 및 책임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우리 정부는 정부 성과관리 평가와 관련해 행정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만족도 조사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응답자들이 성실하게 응답할 의무도 없고, 전화나 이메일 응답을 한다고 행정서비스 품질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귀찮아 도중에 전화를 끊는 경우도 다반사일 것이다.

 

얼마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일부 직원들은 자체 경영실적 평가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많이 타려는 의도로 고객인 척하고 고객만족도 조사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밝혀진 바 있다. 이런 조작행위를 저지른 곳이 비단 코레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공직자들의 전화 수신 거부 행위는 성과관리 평가요소에 반영돼 있지 않다. 차라리, 만족도 조사보다는 전화 수취 비중을 평가요소에 반영함이 옳을 것이다.

 

공무원이 민원 전화를 제대로 받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1) 공공부문 전화시스템에 지능망 시스템 구축

공직자에게 전화를 걸어 5회 이상 벨이 울려도 부재중 등의 사유로 통화 성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담당자 휴대폰으로 자동 전환되는 지능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혹여, 개인정보 등의 이슈가 우려된다면, 발신자 전화에 휴대전화 번호가 표시되지 않도록 지능망 시스템을 구축하면 될 것이다.

 

휴대전화로 자동 전환됐는데도 회의 중 등의 사유로 전화를 받기 어렵다면, 공무원 휴대전화에 발신자 전화번호를 표시해 사후적으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통화는 녹음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민원 통인의 막말 행위나 장난 전화를 예방하고, 공무원의 갑질 응대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전화 녹음 파일은 화자독립(Speaker independent) 음성인식 시스템 장착을 통해 텍스트화하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t) 기반의 키워드 필터링 시스템 장착을 통해, 모든 공무원의 전화 응대 품질 수준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직자에게 업무용 휴대전화 업무 보급

일부 중앙부처는 특정 직위의 공무원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개통해 지급하고 있다. 물론, 해당 업무용 전화의 전화 요금은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고 있다. 업무용 휴대폰은 직위와 관련해 개통된 전화이기 때문에, 보직이 바뀌었을 경우 해당 전화는 후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예산 부담 등의 사유로 모든 공직자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보급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사무관급 이상의 공무원에게만이라도 업무용 휴대폰을 보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유선 전화와의 착신전환기능은 지능망 시스템에 탑재되어야 할 것이다.

 

(3) 업무용 전화의 사적 용도와 관련된 전화료 개인 부담제 도입

선진국의 기업은 업무용 전화로 사적인 목적의 전화 통화를 했을 경우, 해당 통화료는 봉급에서 차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월말이 되면, 본인에게 통화기록을 통보하고, 본인이 스스로 사적인 통화의 전화료를 계산해 보고하고, 봉급에서 차감 처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혹자는 쪼잔하다는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귀찮게 사적 전화요금을 계산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면, 업무용 전화로 사적인 통화를 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업무시간 중 업무용 전화로 가족이나 지인과 통화기록을 통계치로 만들어, 직무기술서 작성이나 T/O 산정, 또는, 인사고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업무시간 중 사적인 전화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4) e-CRM 시스템 구축

사기업은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의 이미지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이 큰 화두로 떠올라, 거의 모든 기업은 CRM 시스템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고객을 비롯한 기업의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홈페이지나 전화로 기업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 정교한 e-CRM 시스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템 범위는 기업의 직접적인 접점 관리시스템 밖에 있는 SNS까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기업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민간 사례를 참조해 행정서비스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Single Window 시스템 구축

모든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행정시스템은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돼있다. 부처간 이기주의로 업무가 중첩돼 있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DataProcess Redundancy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예산 낭비와 행정서비스 품질을 추락시키는 문제도 유발하고 있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세밀한 업무 분장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가 없고, 또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선진국에서 행정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해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Single Window System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일반 민원인은 Single Window System에 전화, 이메일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면, 그 이후는 정부 통합 콜센터에서 맞춤형 응대를 한다. 만약 민원 내용이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시스템 담당자는 보완 질의를 통해 민원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시스템 담당자는 제기된 민원에 답변할 담당 부서와 담당 공무원을 찾아 직접 응대해 줄 것을 요청한다. 요청을 받은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성의껏 직접 응대를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절차나 민원 응대 등의 내용은 시스템 로그에 남아 사후 평가를 받도록 제도화돼 있어, 무성의한 응대를 억제하고 있다.

 

서울시는 Single Window System의 아류라 할만한 ‘120 다산콜재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 안심번호 서비스와 챗봇 상당 시스템까지 가동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서울시 시스템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해 범정부차원의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선진국 수준에 걸맞은 행정서비스 품질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행정서비스 품질향상의 첫걸음은 공직자의 친절한 민원 전화 응대일 것이다.

 

대권 후보들의 행정서비스 품질 제고 방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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