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폐기물 악취와 싸운 주민들..돌아오는 대답은 ‘조사결과 이상 없다’대책마련이 시급한 관계당국“애들이 목욕만 하면 뾰루지가 난다면서 집에서 나오는 물로는 목욕도 안 하려"공장은 닫았지만 아직도 신음하는 주민들충청남도 부여군 장암면 장하리에는 20년 전 폐기물 처리공장이 들어서며 악취와 연기, 그리고 먼지와 싸워나가야 했다. 평화롭고 깨끗했던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더럽혀지게 되며 주민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지내왔다.
돌아오는 대답은 ‘조사결과 이상 없다’ 마을 주민들이 공장과 부여군청에 찾아가 항의를 할 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조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마을 개울에서는 가재와 새우는 종적을 감춘 지 오래되었고, 논의 벼는 죽어나갔다. 또 20가구가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10년간 10명이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주민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공장은 20년 가까이 운영이 되었고 공장 대표가 2018년 사망하면서 폐업을 했다. 공장의 운영은 멈춘 상태지만 마을은 여전히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1998년 장암면에 자리 잡은 공장은 폐기물을 재활용해 벽돌을 만드는 업체(종합재활용업)로 부여군청의 영업 허가를 받았다. 2006년에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도 추가로 허가를 받았다.
공장이 들어서며 주민들은 폐기물을 가득 실은 20t 트럭이 매일 수십대가 만들어내는 소음에 시달려야 했고 창문을 열어놓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악취는 날로 심해졌고 개울물에 닿은 벼는 죽어나갔다.
이 마을 주민 김씨는 “애들이 목욕만 하면 뾰루지가 난다면서 집에서 나오는 물로는 목욕도 안 하려 했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아이를 낳아 키운 박씨는 “공장이 한창 가동될 때, 애가 어렸는데 냄새 때문에 애가 밖에서 노는 걸 싫어했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장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소독약 같았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암으로 이웃과 가족이 사망하게 되자 장하리 인근의 북고리, 상황리, 하황리 이장들과 함께 해당 공장과 부여군청을 찾아다니며 항의도 하고 호소를 했다.
회의록 내용 확인 환경오염 문제는 부여군의회 회의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9년 2월24일 본회의에서 이정규 군의원은 “(공장이) 허가 날 적엔 재활용품으로 기와, 벽돌을 찍어내는 공장으로 돼 있는데, (장암면뿐 아니라) 북고리·장하리·현북리까지 악취가 무척 난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들어온다”말한 바 있다.
2002년 12월11일 행정사무감사특위에서는 장암면 침출수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부여군의 수질검사가 나왔다. 강용일 군의원은 “오래 있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상당히 심하다는 걸 여러 의원님들도 다 느꼈다. 그런데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이에 부여군 환경위생과장은 “허용 기준치 이내로 나왔다는 얘기이지 냄새가 안 난다 그런 얘기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2015년 7월28일 열린 본회의에서 조세연 군의원은 “거기 사시는 분들이 지하수를 먹다가 피부병 같은 거 생겨서 상수도로 교체한 거 알죠?”라며 “주민들이 핵폐기물 외에 (온갖) 쓰레기는 다 들어온다는데, (공장 부지 내) 행정사무감사 시찰이 다 불허됐다. 부여군의회도 방문을 못하면 누가 방문을 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부여군은 “사업주가 (방문을) 거부하면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단속권을 가지고 있어 사후영장을 발부받아서 들어갈 수 있지만, 그게 굉장히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며 답변을 했다.
마을에선 여전히 악취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어느 순간부터 항의를 포기하는 상태에 접어들었다. 항의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됐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된 공장은 문을 닫았지만 부여군은 여전히 해당 부지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부여군은 일단 충청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지난달 29일 다시 수질 분석을 의뢰해 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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